[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가상자산 `지각 입법`의 罪

2022. 12. 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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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국민의힘(서울 강남구병)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구병)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2023년 1월부터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거래로 연간 250만원 이상의 소득에는 20%의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는 가상자산 붐을 일으켰고 작년 11월에는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웃돌기까지 했다.

상승장을 넘어 '불장'의 시대에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까지 더해졌고,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과세원칙을 주장하며 2022년부터 과세를 추진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도의 미비를 이유로 1년을 유예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가상자산에 관해서는 거래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법제화가 추진되고 난 뒤 법제화 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토록 하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심사의 법정 기한인 12월 2일이 지나도록 국회가 세법 개정안 심사를 마치지 못함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과 투자자들에게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과세원칙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선 투자자 보호, 후 과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마련된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에 대해 많은 거래소와 투자자들이 여러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투자자 보호 없는 과세'다. 최근 5년 간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시중 증권사에 비해 4배에 가까운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음에도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는 2배 더 많이 발생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함에도 거래소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제도와 입법 미비로부터 기인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 없이 과세에만 치중한다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역외 유출이 확대되고 해외보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시세가 떨어지는 '역김치 프리미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세계 3대 거래소인 FTX의 파산사태나 '테라·루나' 사태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천문학적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사후에 보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과세 원칙만 주장한다면 정부가 앞장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붕괴시키는 정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과세 시스템에 대한 준비 미흡이다.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판매하거나 양도한 가격에서 취득원가를 뺀 가격을 이익으로 보고 여기에 과세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거래소를 통해 취득하거나 가상자산 시장 형성 초기에 취득해 취득원가를 입증할 수 없는 가상자산의 경우 취득원가를 '0원'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판매가격을 모두 이익으로 봐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간 자산을 이전하는 경우 투자자의 자산 취득원가가 결국 다른 거래소의 데이터베이스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영업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20곳이 넘는 국내 거래소 간의 데이터 이전 방식 대신 제3의 기관이 투자자의 거래 내역을 저장하고 이를 통해 과세정보를 파악하자는 대안도 제시되었지만 이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정부가 직접 해야할지 거래소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

내년 1월 이전의 거래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 제도 또한 도입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8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이 2000만원대로 떨어진 하락장에서 큰 손실을 봤더라도 내년에 250만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다면 과세 시행 전의 손실에 대한 공제 없이 오롯이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보다는 가상자산 거래의 안전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2년 가량 과세를 유예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는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과 과세체계 구축도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

빠른 입법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국회가 지각 입법의 죄로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까지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 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말 만큼이나 '게으른 법이 호랑이 보다 무섭다(遲法猛於虎)'는 것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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