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손익계산서 [2030의 정치학]

입력 2022. 12. 4.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오른쪽)를 나와 용산(왼쪽)으로 대통령실 이전한 것에 대한 야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 정권과의 차별화로 강행한 용산 이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불어난 이전 비용
향후 사회적비용까지 감안한 결정 필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원래 예정에 없었던 일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집무실 이전을 약속하기는 했다. '구중궁궐'인 청와대에 있으면 국민과의 소통이 단절되고 그게 결국 제왕적 대통령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였다. 목적지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를 활용하는 게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교통체증·경호 등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다 검토했다"며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이전 추진 과정에서 상황이 여의찮았는지 용산 국방부 청사라는 새로운 대안이 떠올랐다. 여당 내에서도 성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개방하는 게 지상과제가 되어버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그 진군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당선 직후의 윤석열 대통령과 인수위는 왜 그렇게 청와대 이전에 집착했을까? 아마 전 정부와의 차별화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약속했지만 결국 해내지 못한 일을 강단 있게 추진함으로써 '나는 그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에 그보다 적합한 소재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영삼부터 문재인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공약했다가 철회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 보니 광화문 시대는 시민들에게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인정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매몰비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물러서는 게 현명한 리더의 자세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인수위는 일단 칼은 뽑았는데 무라도 썰지 않으면 자존심을 구길 거라고 여겼는지 황급히 플랜 B를 가동했고, 결과적으로 만만한 군인들만 짐을 싸게 되었다.

집무실 이전이 예산 낭비라는 야당의 지적에 당초 대통령실은 496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내민 그 청구서에는 많은 항목이 누락되어 있었다. 예컨대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 자리로, 합동참모본부가 남태령으로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렇다. 이에 비하면 대통령 부부의 한남동 공관 사용으로 밀려나게 된 외교부 장관의 새 공관 리모델링 비용 21억 원은 푼돈이다. 지난 9월 15일에는 기획재정부가 영빈관 역할을 하는 부속시설 건설에 878억 원을 사용한다는 예산안을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며 다시 한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이런 연쇄비용을 모두 더하면 잠정 1조794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야당의 계산이라 과장이 있다고 치더라도 엄청난 비용이다.

지난 8월 서울에 큰 물난리가 났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칼퇴'를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반박했지만 여론은 '메타버스 대통령실'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학습효과는 있는지 이태원 참사 땐 즉각적인 대응과 지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대통령실 이전이 용산경찰서의 업무 부담을 가중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마 앞으로도 무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은 거듭될 것이다.

용산 이전을 주장한 대통령실의 모습은 마치 하자 있는 중고차를 멀쩡한 차처럼 속여 판 악덕 중고차 매매상과 비슷하다. 처음엔 싸고 좋다고 해서 샀는데, 하나둘 문제가 드러나며 추가 비용이 덕지덕지 붙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는 결국 새 차 못지않은 비용이 들기도 한다. 이럴 바엔 그냥 청와대로 돌아가자. 이미 많은 국민이 '구중궁궐'을 직접 경험했고, 그곳에서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확인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를 예산과 사회적비용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청와대로 돌아가는 게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의 비용쯤은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열받는 건 끊임없이 청구되는 추가 비용과 그로 인해 받게 될 스트레스이니까 말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Copyright©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