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페미사이드” “근조 女”…여성들, 다시 거리로 나섰다

오세진 2022. 12. 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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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시민 500여명이 모여들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에서도 '여성 대상 강력범죄 엄벌 촉구'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여성들을 보호하라" "살고 싶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구멍 뚫린 법과 제도, 현 정부는 반성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친 시민들은 핫팩으로 손과 귀를 녹이며 집회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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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공동대책위원회 ‘해일’이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연 ‘여성 대상 강력범죄 엄벌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를 멈춰라’라는 뜻의 영어 문장이 새겨진 노란색 수건과 ‘여자라서 죽었다’는 메시지를 뜻하는 손팻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시민 500여명이 모여들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체감 온도가 영하 5도까지 떨어진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구조적 문제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 사적으로 취급 말라” “여성 살해 가해자는 사회 구조” “불안 속에 살기 싫다. 안전하게 살고 싶다” 등의 구호를 힘껏 외쳤다.

이날 집회는 백래시공동대책위원회 ‘해일’이 마련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 부산에서도 ‘여성 대상 강력범죄 엄벌 촉구’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세 지역에 시민 6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들었다.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거리로 나와 국가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일은 지난 7월 ‘인하대 성폭력 살인사건’과 지난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지난 10월 충남 서산에서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 직장에 찾아가 피해자를 숨지게 한 사건 등을 언급하며 입법·행정·사법부에 여성 대상 강력범죄 해결을 촉구했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발생한 강력범죄(살인, 강도, 방화, 강간·강제추행 등) 사건 12만3810건 중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이 88.1%(10만9133건)에 달한다.

김주희 해일 대표는 “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는지, 왜 사람이 죽어야만 (사회가) 바뀌는 시늉을 하는 것인지, 왜 시간이 지나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라앉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폭력과 차별을 부정하고 ‘네가 예민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로 만들려는 권력에 계속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손에는 한자 ‘여’(女)가 적혀 있고 상단에 국화와 근조띠가 그려진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여자라서 죽었다’는 메시지를 뜻했다. 또 시민들이 들어 올린 노란색 수건에는 ‘페미사이드를 멈춰라’라는 뜻의 영어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여성들을 보호하라” “살고 싶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구멍 뚫린 법과 제도, 현 정부는 반성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친 시민들은 핫팩으로 손과 귀를 녹이며 집회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백래시공동대책위원회 ‘해일’이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연 ‘여성 대상 강력범죄 엄벌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이날 집회에서는 지난 5월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일면식 없는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 피해를 당한 20대 여성 피해자의 발언이 대독됐다. 이 사건 가해자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월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페미사이드를 드러내는 것은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피해생존자 곁을 함께 지키는 일”이라며 “페미사이드는 수사기관, 사법부, 그리고 행정을 다루는 사람들 인식이 변해야만 막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스토킹 범죄 피해자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범죄자가 감옥에 가고, 피해자를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20대 여성은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죄책감을 안고 매번 집회·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왜 우리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 세상이 잘못된 탓”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해일은 “페미사이드에 맞선 저항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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