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의 햇빛] 대기의 질서는 어디서 오는가

한겨레 입력 2022. 12. 4. 18:20 수정 2022. 12. 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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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 되면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피부가 튼다.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빨래처럼 널린 명태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생선 속의 수분이 쪽쪽 빠져나가 먹음직스러운 황탯국이나 구이의 식자재가 된다.

열대에서는 햇빛을 듬뿍 받아 상승하는 공기가 연일 스콜을 쏟아내며 우림 기후를 가져오지만, 인접한 아열대에서는 바로 그 공기가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이번에는 하강하며 건조한 사막 기후를 만들어 낸다.

햇빛의 힘으로 대기가 일을 해서 지구상에 습한 지역과 건조한 지역을 갈라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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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의 햇빛]

동북아시아 황사 발원지인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쿠부치 사막에서 2011년 9월22일 오전(현지시각) 네이멍구사범대학 승무원학과 학생과 대한항공 직원 등 120여명이 포플러 나무를 심기 위해 길게 줄지어 묘목과 연장을 옮기고 있다. 쿠부치 사막은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 지역으로 향하는 황사의 40% 이상이 발생하는 곳으로, 해마다 서울의 5배에 이르는 면적이 사막화되고 있다. 쿠부치/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우진 |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장

겨울철이 되면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피부가 튼다. <미녀와 야수>에서 마법에 걸린 짐승 앞에 청순한 시골 처녀가 나타날 때까지, 장미는 시들어 꽃잎 한 장만을 남기고 있었다. 꽃잎이 시드는 거야 생리적인 현상이겠지만, 외관만 본다면 잎의 수분이 줄어들며 표피가 쭈글쭈글해지는 게 노화를 앞당기는 것 같다. 뜨겁게 데쳐낸 동죽조개의 속살도 처음에는 탄력을 받아 댕글댕글하지만 조금 지나면 수분이 빠지면서 쪼그라든다. 대기가 수분을 빼앗아가며 멋과 맛을 함께 가져가 버리는 것이다.

뭐든지 한데 몰려있으면 이걸 흩트려 버리는 게 자연이 보여주는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수증기도 예외가 아니다. 축축한 곳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틈만 있으면 건조한 곳으로 달아난다. 겨울이 되면 강원 동해안 황태 덕장이 분주하다.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빨래처럼 널린 명태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생선 속의 수분이 쪽쪽 빠져나가 먹음직스러운 황탯국이나 구이의 식자재가 된다.

이 땅에서 가장 건조한 곳은 사막이다. 워낙 습도가 낮아 수천 년 전 죽은 사람과 그가 먹었던 국수 가락이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된 곳이 아니던가. 그런데 사막이 존재하는 건 일견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다. 가만히 놔두면 어디선가 바람이 습윤한 공기를 불러내 건조한 공기와 뒤섞일 것이다. 게다가 대기는 성질이 다른 공기가 만날 때마다 크고 작은 난류를 만들어내 더욱 효과적으로 뒤섞는다. 찻잔을 휘저으면 소용돌이가 일며 설탕이 고루 섞이듯이, 태풍이나 온대저기압도 대기를 휘저으며 열대와 극지 사이에 열과 수증기를 고루 나누어준다. 그래서 모든 걸 섞어내려는 자연의 경향만을 염두에 둔다면, 건조한 지역과 습윤한 지역의 경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태양이 있어서 지구상에 ‘기후구’라는 대기의 질서가 유지된다. 열대에서는 햇빛을 듬뿍 받아 상승하는 공기가 연일 스콜을 쏟아내며 우림 기후를 가져오지만, 인접한 아열대에서는 바로 그 공기가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이번에는 하강하며 건조한 사막 기후를 만들어 낸다. 햇빛의 힘으로 대기가 일을 해서 지구상에 습한 지역과 건조한 지역을 갈라놓는 것이다. 에어컨을 구동하는 동안에도 뜨거운 바깥 공기는 한사코 실내 공기와 섞이려 하지만, 전기의 힘으로 실내 공기를 차갑게 하여 바깥 공기와의 기온 차를 벌려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막은 해풍이 들어오는 바람길이 막혀있는 곳에 주로 형성된다. 비는 오지 않고 연일 맑은 날씨에 토양의 수분은 더욱 빠르게 소진된다. 게다가 사막에서 빠져나간 수증기는 어디선가 비가 되어 낙하하므로, 설령 바람길이 달라진다 해도 한동안 수증기가 다시 사막으로 되돌아올 일은 없다. 이러한 과정이 오랜 세월 반복되면 토양의 수분은 모두 고갈되고 만다.

사람이 땅속의 자원을 갖다 쓰면서 대기의 질서에도 흠집이 생겼다. 미국에서는 한때 신대륙을 개척하기 위해 이민 온 사람들이 너도나도 서부로 가, 농지를 개간하고 나무를 뽑고 땅을 파헤쳐 광물을 캐냈다. 그동안 땅은 황폐해지고 메말라갔다. 이것이 20세기 중반 서부 평원에서 일어났던 대가뭄과 먼지 폭풍과 무관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도 설득력이 있다. 농지를 개간하거나 벌채를 하면 토양이 햇빛에 직접 노출되어 토양 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많은 수분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간다. 토양 수분이 줄어들면 식물도 말라 죽고, 그늘막이 없는 토양 온도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 결국 사막화로 이어진다. 생활 주변에서 생겨나는 먼지야 스스로 해결해야겠지만, 발원지의 사막화로 국경을 넘나드는 먼지는 지속 가능한 자원 개발과 지구 대기의 보전을 위해 인접 국가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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