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짓”부터 “도 넘지 말라”까지…‘尹저격’ 몸 푸는 文

조문희 기자 2022. 12. 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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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사건에 연이어 ‘발끈’한 文…“인내심 한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옆모습 ⓒ연합뉴스

퇴임 후 정치와 거리를 두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연이어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했지만, 퇴임 후 7개월이 지나도록 그의 존재감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데 대해 "너무나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면서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부디 도를 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된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 안보 사안을 정쟁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서해 피격 사건을 수사하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수사 초기에도 측근들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 측에 서면조사를 시도한 때였다. 윤건영 의원은 지난 10월3일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 서면 조사 관련 보고를 받고 직접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수사가 가시화하는 와중에도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퇴임 이후 '자연인'으로서 '잊힌 삶'을 살겠다는 의지에서다. 그러나 이후 감사원 감사에 이어 문재인 정부 출신 안보 라인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 오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야권 인사들은 문 전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시작한 배경으로 "참을 만큼 참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참고 참아오다 하신 발언"이라고 했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획수사에 의한 정치 보복이 무작위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도를 넘고 있다고 봤고, 이에 직접 입장문을 낸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촉발한 사건으로는 지난달 정치권을 강타한 '풍산개 반납 논란'도 거론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페이스북에 "왜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인가"라며 "이제 그만들 하시라"라고 밝혔다. 지지자들과의 소통 창구로 이용되던 문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1700자에 달하는 정치 쟁점 관련 입장문이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윤석열 정부에 쌓였던 불만이 풍산개 논란을 계기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윤석열 정부 '저격'에 뛰어든 만큼, 향후 그를 향한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는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여권에선 서해 피격 사건 이외에도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으로 불거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관련 사건을 '친문 게이트'로 지칭하고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도 '문재인 정권 차원의 대북 뇌물 상납 공작'으로 규정했다. 진보 진영의 아이콘과도 같은 문 전 대통령을 각종 의혹의 최정점으로 지목해 대야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벌써 여권은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한 문 전 대통령의 '직접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제 진실의 선 너머에는 단 한 사람, 문 전 대통령만 남게 됐다"며 "모든 사항을 보고 받고 최종 승인했다고 인정했으니 문 전 대통령 스스로 선을 넘어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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