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에 빼곡한 김치·두부·고추장 …'K푸드' 매출 신기록 행진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2. 12.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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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미국 영업사원들이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 바이어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미팅을 겨우 잡아도 우리 제품에 대해 길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K컬처 확산으로 이젠 대표 유통채널 외에도 크로거, 타깃, 푸드시티 등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보다 수월하게 입점한다."(국내 대형 식품업체 A사 미국 식품 영업담당 직원)

세계 각국 식품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미국 유통채널을 K푸드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한류 확산에 힘입어 한식 선호도가 급격히 커진 데다 뛰어난 제품력을 인정받은 영향이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미국에서 매년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올 3분까지 미국 식품 매출은 3조77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났고 지난 한 해 동안의 매출(3조3743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대상은 글로벌 김치 브랜드 '종가'의 미국 매출이 작년(1617만달러) 대비 약 35% 증가하며 매출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도 올해 미국·캐나다법인을 포함한 북미 지역에서 전년 대비 23% 늘어난 4억8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두부 시장의 70%를 차지한 풀무원 역시 올 상반기 미국 두부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1% 늘어나 올해도 신기록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국내 식품업체들이 전 세계로 K푸드를 확산하기 위한 전략 국가로 삼고 있는 글로벌 식품업체들의 격전지다. 미국은 고유 식문화 색채가 짙지 않아 새로운 식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시장인 데다가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큰 공을 들이는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다인종·다문화 국가라는 특성상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작다"며 "K푸드를 찾는 현지인이 크게 늘어나면서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미국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며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한국 식품은 아시아인이 주로 방문하는 아시안 마켓 매출 비중이 높았으나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면서 미국 주류 유통사에 입점하는 것이 보다 쉬워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농심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앞세워 미국 주류 유통사를 적극 공략했다. 2017년 미국 월마트 4500여 곳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킨 데 이어 크로거, 샘스클럽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해왔다. 전년 동기 대비 월마트 매출은 42% 늘었고, 크로거(31%)와 샘스클럽(89%)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농심의 미국 주류 유통채널 매출 비중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아시안 마켓을 앞질렀다.

대상도 월마트, 코스트코 등 5000여 곳 점포에서 종가 김치를 판매 중이며, 청정원의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 고추장은 미국 2만곳 점포에 입점했다.

현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유통망을 확보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운 사례도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초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한 것이 도약의 계기가 됐다. 슈완스가 제품을 납품하던 유통사에 '비비고' 브랜드를 포함한 아시안 푸드를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유통채널이 단번에 3만여 곳으로 늘었다. 슈완스 인수 전 3000여 곳 매장에 입점된 것과 비교해 10배 늘어난 것이다. CJ제일제당 식품 매출의 해외 비율도 2018년 14%에서 올해 46%로 커졌다.

풀무원은 2016년 미국 전체 두부 시장 1위인 나소야 브랜드를 인수해 미국 전 지역의 유통 영업망을 확보했다. 두부는 1만4000여 곳 리테일 매장에서 판매 중이며, 아시안 누들의 경우 코스트코, 샘스클럽을 포함한 창고형 할인매장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풀무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슈퍼마켓 매장과 캐나다 유통업체에 각각 두부를 신규 입점시키는 등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K푸드가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은 SNS와 한식의 뛰어난 맛이 이유로 분석된다. 이색 콘텐츠가 이목을 끄는 SNS 특성상 상대적으로 낯설었던 한국 식문화 관련 영상물이 주목을 받았고, 경험 삼아 한번 맛본 한식이 재구매로 이어지면서 매출 상승세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 해외한류실태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한식을 접촉하게 된 경로는 한국 영상물(50.8%)을 제치고 SNS가 62.7%로 가장 높았다. 인기 요인에서도 맛이 33.8%로 가장 높고, 한국 식문화 간접경험(15.1%), 건강에 좋은 식재료(9.6%) 순이었다.

국내 식품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뉴욕 맨해튼 2호점을 개점한 BBQ는 현재 20개 주에서 150여 곳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미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의 현지 매장은 현재 110곳이 넘었다. 2030년까지 1000여 곳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6월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외곽 가디나 플라자몰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캘리포니아 남서부 롱비치에 드라이브스루 2호점을 개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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