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법인세 역주행에 … 8년새 경쟁력 최하위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2. 12.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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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세재단 국제지수 분석
美·日·獨에 한때 앞섰지만 역전
높은 세율에 기업 투자금 유출
상속·증여세도 부의 이전 막아
전문가 "민간 경제 활력위해
징벌적 과세체계 손질 불가피"

법인세와 재산세 증가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의 발목을 잡으면서 한국의 '조세경쟁력'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일 매일경제가 미국 조세재단의 국제 조세경쟁력 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 세금 경쟁력은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12위였는데, 올해 25위로 13단계 하락해 아일랜드(19단계 하락)에 이어 낙폭이 두 번째로 컸다.

한국은 조세재단 조사가 시작된 2014년만 해도 강력한 조세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 경쟁력 순위는 OECD 국가 중 14위로 독일(20위), 영국(21위), 일본(25위), 미국(32위)보다 높았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마중물'을 붓기 위해 세 부담을 낮추면서 법인세(13위), 소득세(10위) 등 주요 세목에서 두루 강한 경쟁력을 갖췄다.

상황이 급반전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부터다.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3%포인트 인상(22%→25%)됐고,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은 최대 3배(2.0%→6.0%) 오르는 등 보유세 인상 속도도 빨라졌다.

이후 법인세와 재산세 평점이 급락했고, 전체 평점도 빠르게 낮아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4~2016년 평균 16위였던 법인세 경쟁력 순위는 2017년 20위, 2018년 28위 등으로 점차 추락하며 올해 34위를 기록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산세 순위는 2014년 24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33위를 기록하며 OECD 하위권으로 처졌다.

조세재단은 법인세에 대해 "한국은 대부분 OECD 국가와 달리 기업이 해외에서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국에 내도록 하는 전 세계 소득납세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한국의 주요 경쟁국이 잇달아 법인세율을 내리는데, 한국만 '역주행'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7.5%·지방세 포함)은 OECD 38개국 중 10위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반면 최근 10년간 OECD 평균 법인세율은 2.2%포인트 내렸다. 중국(25.0%), 대만(20.0%), 싱가포르(17.0%) 등 아시아 주변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확연하다.

기업들은 고율의 세금을 피해 한국을 떠나고 있다. 매일경제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정권별 투자금 유출 규모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2017~2021년) 때 역대 최대인 연평균 439억5100만달러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조세경쟁력 향상은 민간 활력을 되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한국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는 법인세, 재산세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을 낮추고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세재단은 재산세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부동산, 금융 거래와 유산 등 재산에 대한 과세가 제각각"이라며 "다수의 왜곡된 재산세가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종부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와 상속·증여세 부담이 늘고 있는 세태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2위다. 더 큰 문제는 22년째 상속·증여세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령층에서 젊은 층으로 부(富)의 이전이 가로막혔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상속·증여세제가 개편된 2000년 652조원에 불과했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057조원으로 3.2배 급증했고,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377만원에서 4024만원으로 3배 뛰었다. 이에 따라 총상속재산은 2000년 3조4134억원에서 2020년 27조4139억원으로 8배 불어났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은 1390명에서 1만1521명으로 8배 늘었지만 상속세를 매기는 최저 자산기준은 22년째 10억원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흐름과 자산 가격 상승,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과세표준 상향과 세율 인하 등 상속세제 손질이 불가피해졌다"며 "70~90대 고령 세대에서 30~50대로 부의 이전을 촉진하는 세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세와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 가계와 기업 부담을 덜어줄 세법 개정안이 여야 정쟁에 공전하고 있다. 예산 국회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커지면서 핵심 세법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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