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코인거래소, 제도공백 틈타 국내서 불법영업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2022. 12.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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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시장 새판 짜기 ③
FTX처럼 자체 코인 찍어팔고
유튜버 통해 고위험 거래 홍보
한국 투자자 보호수단 전무

"신규 가입한 한국 고객에게는 자체 발행 코인을 드립니다."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곳은 MEXC(멕스씨)라는 이름의 가상자산 거래소로, 멕스씨는 국내에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거래소다. A씨는 걱정이 됐지만 코인 투자 커뮤니티를 보니 멕스씨를 쓰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 신규 거래를 시작했다.

4일 코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멕스씨를 포함한 국내 미신고 불법 해외 거래소들이 연말을 맞아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 신규 사용자에게 거래 체험금을 증정하거나, 기존 사용자가 신규 사용자를 초대하면 자체 발행 코인을 증정하는 식이다.

이들 거래소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은 불법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8월 멕스씨를 비롯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국내에서 불법 영업을 했다고 담당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이들 불법 해외 거래소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금지된 마진 거래를 조장하고, FTX 사태로 위험성이 우려되는 자체 발행 코인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FTX 사태는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인 FTT를 활용해 과다한 담보대출과 자금 돌려막기, 자산 부풀리기를 한 것이 원인이다. 코인업계는 쿠코인의 KCS코인, 멕스씨의 MX코인도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진 거래를 조장하는 것도 문제다. 마진 거래는 담보금을 기반으로 대출금을 끌어와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멕스씨와 페멕스는 일종의 가짜 돈을 증정하는 식으로 한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체험금으로 이익을 내면 딴 돈은 가져갈 수 있는 식이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체험금이다 보니 대출 비율을 높여서 위험 투자를 하고, 한번 해보면 그 맛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유튜버를 통한 마진 거래 조장도 활발하다. FTX나 바이비트를 비롯한 거래소들은 유튜버들이 한국 고객을 끌어오면 보상금을 주는 식으로 국내에서 홍보를 했다. 유튜버들은 보상금을 위해 고위험 거래를 하는 것을 개인 방송으로 송출한다.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조치를 거래소에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해외 거래소는 당국의 경고에도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미지근한 대처도 이들이 배짱 영업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FIU가 이들 웹사이트를 국내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방심위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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