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스포츠와 공정

입력 2022. 12. 4. 17:27 수정 2022. 12. 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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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춘추 ◆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다. 코로나와 경기 침체 등으로 힘든 시기이지만 월드컵이 작은 위안을 준다. 이 글이 나갈 때쯤이면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했기를 희망해 본다.

우린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어떤 조건이나 배경 없이 오로지 몸으로 승부를 내는 짜릿함이 원초적 본능을 일깨우기 때문 아닐까. 덤으로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리더십, 협동 정신을 배우며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축구는 열광할 만한 스포츠이다. 오로지 맨몸과 정신력으로 넓은 운동장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원초적 인간의 모습을 통해 시원적(始原的)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자배구'를 즐겨본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이기든 지든 밝은 표정의 선수들의 모습에서 나는 커다란 위안을 받는다. 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다. 늘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한다. 강스파이크가 상대방의 코트에 꽂힐 때도, 강스파이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도 그들은 서로가 웃으며 격려하고 위로한다. 기쁜 감정은 배가하고, 슬픈 감정은 신속히 떨치는 방식의 빠른 속도 전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이 좋다.

이면에는 선수와 코치가 감독을 몰아내는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연경 선수가 이 사태를 빌려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멋진 문장이다. 본질은 간직하되,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몸으로 하는 가장 정직한 일이 스포츠이지만, 실망스러운 승부조작이 일어나는 때도 있다. 필연적으로 돈과 연관된다. 심판을 매수하는 일도 벌어진다. 실제로 심판이 매수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조금만 불공정하게 보여도 큰 사달이 벌어진다. 심판의 휘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 가나전 마지막 순간, 한국에 코너킥 기회를 주지 않고 종료 호루라기를 불어버린 심판은 두고두고 한국인에게 욕을 먹고 있다.

월드컵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비리도 있다. 2015년 FIFA 간부 14명이 미국 연방수사국에 의해 전격 체포되는 일이 벌어진다. 월드컵개최지가 남아공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는 수상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진실을 둘러싼 다큐멘터리도 여러 편 나와 있다.

세상사 잡음이 없을 수 없지만, 스포츠만큼은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 스포츠를 통해 얻는 위안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 위정자들은 곳곳에 넘쳐나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공정'이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힘든 현실이지만, 스포츠에서의 '공정'을 통해서라도 우리는 희망을 얻고, '공정한 사회'로의 기대감을 버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어떤 영역보다 공정하고, 규칙이 지배하는 곳! 우리가 바라는 스포츠의 세계는,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승패를 떠나, 온몸으로 최선을 다한 후 뜨겁게 흘리는 '손흥민의 눈물'에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젊은 기운으로 그라운드를 달군 그 열정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이번 월드컵도 공정한 승부와 짜릿한 감동이 넘치는 명장면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김후곤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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