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시장 한파에도…투자몰리는 클라우드
KKR·맥쿼리·미래에셋 이어
디지털브리지그룹도 가세
디지털시대 핵심산업 각광
시장규모 연15% 성장 전망
금리 인상 국면에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냉각된 와중에도 산업 전망이 밝고 빠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은 투자 유치로 분위기가 뜨겁다. 향후 성장 잠재력이 커 굵직한 사모투자펀드(PEF)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 역시 디지털 전환 국면에서 시장을 선점하고자 자금 조달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는 현재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성격의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가 목표로 하는 투자 유치 금액은 총 1조원에 달한다. 프리IPO란 상장에 앞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를 별도로 모집하는 것을 뜻한다.
두 회사 중에선 공개 입찰 절차를 밟는 곳은 KT클라우드다. 이 회사는 최대 8000억원을 확보하고자 6일 본입찰을 진행한다. KKR와 맥쿼리·미래에셋자산운용뿐 아니라 7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굴리는 디지털브리지그룹도 적격후보군(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디지털브리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로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회사다. 그룹 차원에서 국내 인수·합병(M&A) 거래의 공개 입찰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HN클라우드는 2000억원 안팎을 조달하고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세부 조건을 논의 중이다.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는 이번 프리IPO에서 각각 4조원, 1조1000억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길 원하는 모양새다. 특히 NHN클라우드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조 단위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유니콘' 반열에 오르길 바라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에 쏠리고 있는 관심은 다소 냉각된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상반된다.
IB 업계에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굵직한 기관들이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분석한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는 최근 국내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성장률을 연평균 14.8%로 예상했다. 디지털 전환(DX)이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인프라를 혁신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업체들도 산업의 성장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시장 점유율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2위 사업자는 약 20%의 점유율을 지닌 KT클라우드다. 하지만 NHN클라우드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의 후발 주자들이 몸집을 잇달아 키우며 선두권 주자를 추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클라우드 회사들이 국내외 시장 입지를 발 빠르게 넓히기 위해 대규모 자금 유치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지지부진한 다른 산업들에 비해 비교적 투자 심리가 우호적인 영역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투자받았던 유관 기업이 높은 몸값을 인정받은 점도 클라우드 업체들의 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9월 MBK파트너스와 IMM PE로부터 4500억원을 투자받은 메가존클라우드가 대표적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클라우드의 도입부터 설계, 구축, 운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시 주주를 맞이하며 약 2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지난해 초 별도 자회사로 분리한 지 1년 만에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조정 국면이지만, 클라우드 분야 몸값은 여전히 굳건한 편"이라며 "다만 매출 성장세에 비해 영업손실 폭이 줄어들지 않는 곳도 많아 미래 예상 순익에 대해 꼼꼼한 추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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