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베트남 관계의 새로운 변곡점

입력 2022. 12. 4. 17:15 수정 2022. 12. 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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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상전벽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외국과의 동맹을 거부하고 강대국인 미국, 중국, 프랑스와 전쟁을 치른 사회주의국가 베트남과 한미 동맹하에 경제발전을 이룬 민주주의 국가 한국이 이뤄온 협력의 역사는 기적에 가깝다. 지난 10월 베트남 부임 후 하노이 주재 외국 대사들도 그 비결을 궁금해한다.

몇 가지 통계를 언급하면 한·베 관계의 현주소는 보다 명확해진다. 이미 지난해 800억달러를 달성한 양국 간 교역은 2023년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교역규모가 160배 증가한 것이다. 베트남은 우리의 4대 교역국이며, 한국의 제3위 투자대상국이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 수는 8000여 개로 집계된다. 베트남에 있어 우리는 제1위 투자국이고 중국·미국에 이어 3위 교역국이다. 인적교류 또한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한국 내 베트남인의 수는 22만명에 달하며, 결혼 이민자 수만 8만5000여 명이다. 베트남에서도 15만여 명의 우리 동포가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다. 53개 베트남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됐고,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한국어를 초·중·고 제1외국어로 지정했다.

모든 지표상 베트남은 이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수교 3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과 베트남은 이전보다 더욱 서로를 필요로 하는 대내외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양국은 심화되는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불안정한 세계질서 속에서 핵심 파트너로서 상호 협력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 둘째,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으로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지향하는 한국에 베트남은 인태지역의 핵심적인 전략 파트너이다. 셋째, 2030년 중고소득 국가, 2045년 고소득 국가 진입을 목표로 하는 베트남에도 한국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다.

한·베 관계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어제 윤석열 정부의 첫 국빈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늘 예정된 양국 정상의 만남은 변화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양국이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어 내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0년간 양국이 서로의 차이를 보완하며 모범적인 상생의 관계를 구축해왔다면, 미래 30년은 새로운 도전요인에 공동 대응하면서 공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공동 대응의 영역은 전방위적이다. 우선 양국 간 경제협력은 제조업 중심에서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실현, 바이오 분야 및 경제안보 협력 등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양국 번영의 전제조건인 역내 및 국제평화를 위한 외교와 국방 관련 협력의 내실화에 대한 논의도 요구된다.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베트남의 위상이 제고되면서 지역과 국제문제 해결 관련 양국 간 협력과 공조의 필요성도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응우옌쑤언푹 주석의 방한으로 한·베 관계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양국의 공동 비전과 협력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근간은 국민 간의 이해와 신뢰다. 양국이 상호 더욱 올바른 이해와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부터 한·베 관계에 더 관심을 갖고 연구 및 교류 활동을 증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베트남에 부임한 이후 한·베 관계의 중요성을 하루하루 새롭게 느낀다. 한·베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오늘 아침, 양국이 함께 만들어갈 밝은 성공의 미래를 그려본다.

[오영주 주베트남대한민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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