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발] ‘반윤석열, 비이재명’에 갇힌 정치 / 손원제

손원제 입력 2022. 12. 4. 16:55 수정 2022. 12. 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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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손원제 | 논설위원

한국 정치의 기우뚱한 교착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지난 7월 30%대로 떨어진 뒤 다섯달째 20~30%대에 묶여 있다. 대선 때 표를 준 국민의 30~40%가 지지를 철회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사이 인사 실패와 이준석 축출, 폭우 속 정시 퇴근, ‘윤석열차’ 만평 탄압, ‘이 ××’ 욕설 논란, <문화방송>(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이태원 참사 등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반성과 사과 없이 ‘전 정권 탓’ 타령을 반복했다. 경제 위기 가중과 잇단 외교 실패로 정권 실력이 들통났고, ‘이상민 장관 지키기’로 오만과 무책임의 민낯 또한 드러났다. 낮은 지지율은 그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평가를 보여준다.

민심의 거부 강도 또한 단단하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에서 ‘잘못한다’는 응답은 10~20% 선인데 ‘매우 잘못한다’는 40~50%대다. 지지율의 회복 탄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의미한다. 매우 잘못한다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평가를 바꾸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신속하게 전면적으로 국정 기조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콘크리트 거부층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눈길을 끄는 건 현 정권을 떠난 민심이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지만, 야당이 누리는 반사이익은 미미하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지난 6월 29%였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이후 30%대를 회복하지만, 더 이상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12월 첫째 주 조사에선 33%로 국민의힘(35%)보다도 2%포인트 낮았다. 대통령 지지율 추락이 민주당 지지율 상승으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각 진영의 고정 지지층이 아닌 중도층, 스윙보터가 민주당에 마음을 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중도층의 국정운영 부정 평가 비율은 67%였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31%에 그쳤다. 윤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중도층의 절반 이상은 민주당에도 신뢰를 보내지 않은 것이다.

몇가지 이유를 떠올려볼 수 있다. 부동산 등 전임 정권의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에 대한 실망과 노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야당의 비판 또한 대안과 품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느껴서일 수도 있다. 가장 큰 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을 잇달아 구속하고, 이 대표 본인의 정치자금 의혹을 겨냥하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민주당의 다른 모든 측면을 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 일부까지 사법적 진실이 분명해질 때까지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에 대한 지지 여부 결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 ‘반윤석열, 비이재명’의 교착 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교착이 장기화하는 것은 민주당에 가장 나쁜 경우의 수가 될 것이다. 가장 덜 나쁜 건 이 대표의 무혐의가 빨리 확정되는 것이다. 그다음은 이 대표의 혐의가 신속히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인정되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조차도 교착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민주당에 유리하다. 적어도 사태를 수습하고 대안을 찾아 다음 총선에 임할 시간은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검찰의 수사 상황은 객관적 증거 없이 일부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루한 진위 공방이 기소 시점에서 일단락되지 않고 재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까지도 리스크가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엔 최악이고, 정권으로선 내심 기대할 법한 시나리오다.

총선이 이제 1년4개월 뒤다. 뻔한 말 같지만, 중요한 선거다. 윤 정권 반년 만에 우리 사회 가치의 기둥들이 훼손되고 있다. 5년 뒤엔 나라가 어떤 모습일지 두려움마저 든다. 뚜렷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닌 한 탄핵이라는 비상 장치는 가동되기 어렵다. 선거를 통한 중간 평가만이 정권의 역주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야당은 총선 승리에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민심의 유입을 막는 장애물부터 제거해나가야 한다. 당과 대표 리스크를 분리하는 것도 한 방책이다. 이 대표 자신이 어떤 방식이든 고리를 풀어주는 게 최선이다. 민심도 상응하는 평가를 내릴 것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 최악에도 대비해야 한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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