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평행선 달리는 여야···종부세, 금투세는 합의 시도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에도 법정 처리 시한에 맞춰 통과시키지 못하고 일주일 뒤로 결정을 미뤘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예산안에 연내 합의하지 못해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실행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던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에 맞춰 예산안을 통과시키시기 위해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여야는 지역화폐나 임대주택 예산 등 주요 예산 항목을 비롯해 종부세와 법인세 개정안 등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매년 회계연도 개시(1월1일) 30일 전까지 다음 연도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간 여야는 매해 예산안 통과 시한을 맞추지 못하는 ‘지각 국회’ 행태를 답습해왔다. 최근 20년 간 국회가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을 지킨 사례는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2차례(2014·2020년) 뿐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법정 시한이 초과되면 정부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그러나 이같은 장치를 마련한 이후에도 2019년 국회는 법정 시한보다 8일 늦게 2020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주목되는 것은 사상 첫 준예산 실행 가능성이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기년도(12월31일) 안에 처리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예산이다. 새정부의 철학을 담은 첫 예산을 통과시켜야 하는 여당과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서로 양보 없이 대치하면서 연말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준예산이 실행될 경우 예산은 ‘최소한의 국가기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집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민생활 지원 사업이나 지자체 국고보조사업, 재해대책 관련 경비 등 재량 지출 대부분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증액동의권을 가진 정부가 국회가 증액 편성한 예산안에 어깃장을 놓거나 예산명세서 작성 등 실무 단계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원활한 예산 처리가 불가능해 야당의 단독 처리도 쉽지 않은 상태다.
역시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종부세 및 금융투자소득세 등 예산 부수 법안의 경우는 구체적인 절충안이 원내지도부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는 현행 다주택자에 대한 기본공제액 6억원(공시가 기준)을 일부 인상하는 안이 거론된다. 정부와 여당은 기본공제를 9억원까지 올리고 1주택자 공제액은 현행 11억원에서 12억원까지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야당인 민주당은 인별 공시가 합계액 기준 11억원(부부공동명의자는 12억원)까지는 아예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종부세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안은 11억원을 기준으로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문턱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고,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당내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여당을 위주로 정부안대로 시행을 유예하되 대주주 기준을 정부안(100억)보다 낮게 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재위 여당 간사이자 조세소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관련해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본회의 처리 전에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오는 7일까지 관련 상임위 단계의 합의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 논의 기간을 고려한 일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7일까지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에 대해 기재위 논의를 마무리하자는 여야 간사간 합의가 있었다”며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논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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