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의 불편한 진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입력 2022. 12. 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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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에 접어든 주식시장, 딜레마에 빠진 금투세의 운명은?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시행 예정인 세법은 2020년 여야가 합의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초부터 국내 상장 주식 기준으로는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 그리고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주식 양도 차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20%, 3억원 이상은 25%를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각각 22%, 27.5%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금까지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이상의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을 가진 대주주에게만 부과돼 왔다. 대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춘다. 현재 0.08%인 코스피 종목은 최종적으로 없애고, 코스닥은 0.23%에서 단계적으로 0.15%까지 인하한다. 

11월21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가 정태호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금투세 시행 앞두고 끊이지 않는 논란 

시행을 눈앞에 두고 정부와 여당은 이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예정대로 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유예하려면 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개정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내년 초 시행이 불가피해진다.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발생한 소득을 모두 포함하는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새로 도입해 만들어졌다. 과세 기간은 해당 연도 1월1일부터 12월31일이다. 과세 기간별로 금융투자상품의 소득 금액과 손실 금액을 합산해 계산하지만, 손실공제 이월 기간이 5년 적용된다. 한 해에 발생한 손실은 해당하는 해의 이익에서 공제하고 남은 손실금은 향후 5년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한다. 

기획재정부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개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해 추산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 인원은 약 15만 명이다. 현재 국내 주식 과세 대상 대주주 인원인 약 1만5000명의 10배다. 채권과 펀드 그리고 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 2021년 주식 매매 거래자는 1308만 명이었다. 대체로 개인투자자 중 2%를 넘지 않는 정도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금 부담은 1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재부는 예상했다.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금융시장 불안과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필 시장이 불안한 지금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금융시장 거래 대금이 급감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도입을 유예해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액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연말에 주식을 대거 처분할 가능성이 큰데, 이 과정에서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과세 대상자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금융투자를 통해 5000만원 이상을 버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거액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주식시장 수급은 5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는 거액 투자자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에도 연말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투매가 이뤄져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금투세 도입도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체로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나라들은 주식에 대한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식 양도세를 도입했다가 증시가 폭락한 대만의 사례도 있다. 대만은 1988년 9월24일 상장 주식에 대한 과세를 1989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하고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50%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주가는 30% 넘게 급락했고 하루 거래 금액도 17억5000만 달러에서 3억7000만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결국, 대만 정부는 시행 1년 만에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철회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상황에서 투자자라면 주가 하락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때문에 제도의 유예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의 명분도 '주식시장 활성화'다. 투자자들에게 호소력 있는 명분이지만 그렇다고 당초 방침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조세의 기본 원칙이다. 

원칙에 비추어 잘못된 세목은 증권거래세다. 증권거래세는 돈을 잃든 벌든 주식을 팔기만 하면 내야 하는 일종의 통행세다. 투자 손실이 나도 예외 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 0.15%의 농특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 세액은 2019년 6조1000억원, 2020년 12조4000억원, 2021년 15조원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재정 당국의 입장에서야 고마운 제도겠지만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 증권거래세는 사실 시스템 전산화가 미흡하던 시절 개인별 거래 손익을 산정하기 어려워 도입된 세금이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은 증권거래세가 없다. 원칙대로 말하자면 증권거래세는 줄이거나 폐지하는 게 옳고 금융투자소득세는 단계적으로라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고 현재 시행이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가 말 그대로 선진적인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의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장기투자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투자 대상만 잘 고른다면 장기투자 성과가 단기투자보다 낫다는 것은 상식이다. 주식 투자로 한 해 5000만원의 차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장기투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현행 세법은 장기투자와 단기투자 간 차이가 없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1월13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연합뉴스

"금투세 도입 전 증권거래세부터 폐지해야" 

미국의 예를 보면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개인의 일반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지만 1년 이상 장기간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그러나 우리 세법으로는 주식을 매년 팔아서 수익을 조금씩 챙겨야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세금을 피하려면 좋은 주식을 잘 골랐다고 해도 장기투자가 어렵다. 금융상품 간 과세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국내 상장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의 기본 공제금액은 5000만원인데 채권이나 파생상품 같은 다른 금융상품들의 공제금액은 250만원이다. 차이가 너무 크다. 국제적으로 세율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는 최고세율이 27.5%지만 미국은 주식 거래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22% 수준이다. 굳이 '큰손'들은 국내 주식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하는 셈이다(개인적으로는 주주환원율을 생각할 때 국내 주식시장 투자를 권하고 싶지 않기는 하다). 

정리하자면 금융투자소득세는 조세의 원칙에 맞는 제도지만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고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시행방안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합리적 절충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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