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과의 전쟁’ 엘살바도르, 군경 1만명 투입해 도시 봉쇄
엘살바도르 정부가 대규모 갱단 단속을 위해 1만명의 군대와 경찰 병력을 투입해 도시를 봉쇄하고 수색에 나섰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갱단 단속을 위해 약 1만명의 군대가 산살바도르 외곽 도시 소야팡고를 포위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도시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가 차단됐고 특수부대가 집을 수색하며 갱단을 찾고 있다. 경찰은 도시를 떠나려는 모든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소야팡고는 엘살바도르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로,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13km 가량 떨어져 있다. 29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으며, 오랫동안 갱단 활동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부켈레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올해 초 엘살바도르에서 갱단 강력범죄가 급증한 후 이어진 대규모 단속의 일환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3월 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갱단과의 전쟁’에 나섰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금 소야팡고는 완전히 포위됐다”며 “경찰과 군대가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모든 갱단을 하나씩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썼다. 이어 “평범한 시민들이 두려워할 것이 없다”며 “단속은 정직한 시민이 아니라 범죄자에 대한 작전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부켈레 대통령은 중무장한 군대가 방탄복을 입고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과 사진들을 공개했다.
정부가 이렇게 강력한 조치에 나선 건 엘살바도르의 최악의 치안 상황 때문이다.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 살인율 1위 국가다. 지난 한 해 벌어진 살인은 모두 1140건으로, 하루 3.1건 꼴이다. 올해 초에는 더 증가해 지난 3월26일에는 하루에만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엘살바도르 정부는 다음날인 27일 “공공질서의 심각한 혼란”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 이후 엘살바도르에서는 전체 650만명의 인구 중 5만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당국에 붙잡혀 투옥됐다.
엘살바도르의 갱단은 약 7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오랫동안 도시를 장악하고 사람들을 강탈하고 살해해왔다.
인권 단체들은 가혹한 단속에 따른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있다. 경찰이 영장 없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자의적 구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권 운동가들은 젊은 남성들이 외모나 나이, 사는 곳을 기준으로 체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비정부기구는 수천 건의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고 최소 80명이 구금 중에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부켈레 대통령 지지자들은 치안 유지를 위해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엘살바도르의 중앙아메리카대학교(UCA)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의 75.9%가 비상사태를 찬성하는 등 국내 여론도 우호적인 상황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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