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적 선곡도 자신있게 … 타지역 관객도 부산시향 보러오죠"
연간 프로그램 사전 발표 등
60살 걸맞은 오케스트라 도약
화려하고 호방한 연주 강점
"연주력 향상 원하는 단원들
젊은 지휘자 전폭 지지해줘"
오케스트라 음악 색깔은 지휘자가 좌우한다. 그의 해석에 따라 선율이 달라지기에 음악회의 주인공처럼 다가온다. 자연스레 공연 홍보물도 지휘자의 이름과 얼굴을 앞세운다.
하지만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최수열 지휘자(43)는 이런 관행을 깼다. "저희 공연 홍보물에 제 사진은 안 넣으려고 해요. 이름도 숨겨놓다시피 하고요."
그는 사람들이 악단에 주목하기를 바라기에 최대한 지휘자의 존재를 감추려 한다. "약간 강박처럼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지휘자는 어차피 드러나는 사람이기에 권위적이면 안 된다고요. 지휘자라는 게 되게 이기적인 일이거든요. 자기 해석에 단원들이 따라와주는 건데, 연주가 끝나면 관객들의 호응은 혼자 받게 되죠. 제가 하려는 건 겸손과는 또 다른 문제예요."
2017년 부산시향에 온 그는 6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왔다. 연간 프로그램을 미리 발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역사적인 악단이지만 틀이 잘 갖춰지진 않았었어요. 제가 오기 전까지는 1년 동안 뭘 할 건지 단 한 번도 발표한 적이 없었거든요. 제 입장에선 충격이었죠. 이 정도 규모의 악단은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거든요. 이제는 다른 지방 관현악단도 매년 프로그램을 발표해요. 저희 영향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 좋죠."
젊은 지휘자가 오랫동안 굳어 있던 조직의 틀을 바꾸려는 시도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주력을 높이려는 단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그의 시도는 빛을 발했다.
"오케스트라는 오래될수록 보수적인 면이 있어요. 제가 부산시향에 처음 왔을 땐 30대 후반이라 예술감독으로는 젊은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거든요. 실제로 연배가 있는 단원도 많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도와주셔서 오히려 덜 불편해요. 자기 단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크거든요. 자존심이죠. 그런데 그건 저도 같은 마음이니까요. 이 악단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거죠."
그가 조직을 바꾸려 시도한 작은 변화들은 관객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부산시향을 사람들이 찾아보게 만드는 악단으로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관객이 다양해진 게 느껴져요. 예전에는 젊은 분들은 안 오셨거든요. 원래 항상 봐주시던 팬분들에 새로 오시는 분들까지 더해지면서 관객의 폭이 넓어졌죠. 제가 있는 동안 단원 중에서도 20명이 은퇴하시고, 새로 젊은 연주자들이 그 자리를 채웠어요. 보수적인 조직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온다는 건 엄청난 일이죠.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한 것도 그가 감독직을 맡고부터 생긴 변화다. "어떤 곡을 하건, 누구와 함께 하건 모객의 어려움은 없어요. 이 덕분에 모험적인 시도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부산시향은 개성이 있는 오케스트라거든요. 화려하고 호방해요. 저는 거기에 맞는 옷을 입히는 거죠. 라벨이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같은 걸로요."
객원지휘자로의 활동도 활발한 그는 오는 31일 롯데콘서트홀 송년음악회에서 서울 관객들과 만난다. 햇수로 5년 째인 이번 음악회에서 그는 또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송년음악회는 종합선물세트거든요. 너무 뻔한 건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디제이가 곡과 곡 사이를 이어주고, 클래식을 배경으로 댄서들이 춤을 춰요.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함께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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