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아시아 ‘인베이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16강전이 진행중이다. 토너먼트로 접어든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월드컵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대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국가는 이번 대회에서 호주와 일본, 한국 등 3팀이 16강에 올랐다. 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세네갈, 모로코), 북중미(미국)보다도 많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만 16강에 올랐던 것과는 크게 대조를 보인다.
호주는 D조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1-4로 대패했지만 이후 튀니지와 덴마크를 각각 1-0으로 제압하고 D조 2위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서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만나 1-2로 패하긴 했어도 끝까지 아르헨티나를 위협하며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의 강호인 스페인, 독일과 한 조에 속해 ‘죽음의 조’로 꼽힌 E조에서 두 나라를 모두 꺾고 승점 6점(2승1패),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다.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긴 했지만, 세계적인 강호로 꼽히는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을 만나 1승1무를 거뒀다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이번 대회 아시아 축구의 성과가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불려온 유럽과의 승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주와 일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럽팀과 총 5번 맞붙어 4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조별리그에서 떨어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적을 합해도 5승3패로 우위를 점했다. 여기에 지난 대회에서 단 한 팀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던 아프리카 팀들마저 세네갈과 모로코, 두 팀이 16강에 오르는 등 선전을 펼치면서 유럽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러시아 월드컵 때 12팀이나 16강에 진출했던 유럽은 이번 대회에서는 8팀이 이름을 올리는데 그쳤다. 벨기에, 독일, 덴마크 같은 유럽의 강호들이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당했다.
유럽은 시즌 도중 월드컵에 참가해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오랜 기간 A매치 때마다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를 가져 다른 대륙팀들과 붙어보지 않아 스타일 적응에 크게 애를 먹었다. 반면 아시아팀들은 많이 노출된 유럽팀들의 스타일을 잘 분석하면서 이에 대비한 전술, 전략을 다소 수월하게 짤 수 있었다. 이미 기술과 패스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일본은 실리적인 역습까지 가다듬어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한국도 벤투 감독 지휘 아래 4년간 다진 빌드업 축구 내공의 힘을 보였다.
4년 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이런 결과가 재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가 세계 중심에 한발 더 다가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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