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 '몸값'으로 얻은 자양분 [인터뷰]

황서연 기자 2022. 12. 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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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률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주위 배우들은 입을 모아 장률을 '질문왕'이라 부르고, 그 스스로는 "질문을 열심히 던지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안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한다. 그의 끊임없는 질문은 작품의 주제 의식을, 그리고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어 결국에는 섬세하게 벽을 쌓아 올린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장률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홀리는 이유다.

10월 28일 공개된 티빙 웹드라마 '몸값'(극본·연출 전우성)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충현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가 원작이다.

장률은 극 중 아버지의 수술을 위해 불법으로 장기 매매를 하러 온 남자 고극렬 캐릭터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신장을 얻기 위해 간절히 매달리며 효심을 드러내지만, 재난 상황이 펼쳐지고 서바이벌이 펼쳐지자 생존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이다.

장률은 '몸값'의 첫인상에 대해 "매력적인 시나리오였고, 강한 몰입감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극렬이라는 인물이 지닌 선한 마음, 모두가 각자도생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효심이 강렬하게 다가왔다며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고극렬의 전사를 세세하게 상상하며 캐릭터를 빚어 나갔다고 이야기했다. "과거 운동을 했다는 설정에 맞춰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 가정 형편은 어떤지,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땠을지 등을 하나하나 상상했다"라며 "부모가 자식을 위해 불법적인 상황을 감수하고 집착한다면 설득력이 생길 것 같았는데, 반대로 자식이 끝까지 집착을 하는 순간이 설득력이 있을지는 물음표였다. 극렬이만의 특별함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사를 탄탄히 다져야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장률


'몸값'은 독특한 원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총 6회 분량의 시리즈 전체의 컷 수가 60컷 내외이며, 가장 긴 장면은 한 번에 15분을 끊김 없이 비춘다. 배우들로서는 NG를 내서는 안 되는 난도 높은 촬영장이 됐다고. 장률은 "부담감이 정말 많이 느껴지고 어려움은 많았지만, 언제 또 이런 포맷에서 연기할 기회가 주어질까 싶어서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라며 "모든 팀원들과 이 여정을 마치면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장률은 "사실 카메라와 함께 연기하는 것에 막 익숙한 편은 아니었는데 '몸값'을 하면서 정말 많은 공부가 됐다. 카메라 앵글을 계속 살펴보며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모니터링을 할 시간이 많이 주어졌었다"라고 말했다. "촬영팀, 조명팀과의 호흡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콘티로 회의하고 해도 결과적으로 현장의 공간, 세트의 상태에 따라 인물들의 움직임이 달라져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시청자가 어디를 보고 싶어 할지를 생각하며 카메라를 비춰야 하고, 배우들은 계속 움직이는 카메라에 맞춰 연기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감정을 담은 연기를 해도 동선에 걸려서 화면에 잡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더라"며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세밀한 표정 연기보다는 몸을 써야 하고, 인물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곧 인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게 된 촬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장률


극 중 고극렬은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도 다시 살아나 나타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좀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캐릭터라는 지적도 있었다. 장률은 이에 대해 "시나리오를 여러 번 보면서 계속 상황을 이해해 나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극렬이라는 인물은 자꾸만 사라졌다 나타나지만, 극렬이가 사라져도 극 안의 시간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죠. 극렬이가 카메라 밖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다시 등장했을 때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짐작해주셔야 하는 부분이에요. 다시 등장하는 순간 어떻게 나타나야 설득력을 갖출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좀비'라는 별명이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장률은 "극한의 상황을 견디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몸 상태를 만들고 내 몸을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체중 관리를 하고 눈빛을 연습했다. 신체 반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연구하고, 상처 분장은 어떻게 덧대야 할지 분장팀과 논의했다"라고 준비 과정을 이야기했다. 또한 무술 감독, 진선규의 도움으로 극렬의 리얼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배우 장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몸값'은 공개 직후 티빙 주간 유료 가입 기여자수, 시청UV(순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하며 화제몰이를 했다. 장률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갔는데. 작품이 잘돼서 너무 행복하고 노력들과 땀들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라며 고개를 숙이며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비단 작품뿐만 아니라, 장률 역시 독특한 색채의 작품, 강렬한 캐릭터를 연달아 선택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밀의 숲2'를 시작으로 '마이 네임'의 도강재, '금수저'의 서준태에 이어 '몸값'의 고극렬까지 강렬한 특징을 가진 캐릭터들이 필모그래피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는 2022년을 돌이켜보며 "정말 감사한 한 해였다"라고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배우는 결국 작품을 해나가고 인물을 맡아 나갈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데, 그런 행복을 많이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됐다. 인물들을 두고 고민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가 사랑했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이 인물들을 체화하려던 노력이 다 추억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열일'의 비결을 묻자 "참 어려운 질문"이라며 쑥스러워하는 그다. 장률은 "아쉬움이 덜 남는 작업을 하기 위해 매 작품 성실하게 인물을 파고들고, 집착하고, 인물의 근간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끔은 그런 순간들이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내 시야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내 안에 갇히는 걸 경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해 질문을 던진다"라며 "계속해 '질문왕'으로 불리는 것이 곧 '열일'하는 방법이 아닐까"라며 웃어 보였다.

"매 작품을 준비할 때 가지게 되는 진심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모든 작품에 진심으로 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아가 제 생각 안에 갇히지 않고, 가능성을 생각하고 용기 낼 수 있는,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작업자들에게 작은 느낌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죠. 협동을 통해 놀라운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 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티빙]

몸값 | 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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