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밑으로… ‘환헤지’ 안전벨트 매세요

김은정 기자 2022. 12. 4. 15: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달러 끝? 서학개미 투자 전략은
연초 이후 20% 급등했다 10% 급락
환헤지 상품 수익률이 환노출형 ‘압도’
”달러가치 대세 하락은 미지수”
10월 중순(14일) 장중 1442.5원이었던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이달 2일 1300원 밑인 1299.9원에 마감하며 10% 가까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 속에, 환율 추가 하락을 내다보며 환헤지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환율 종가가 표출된 모습./뉴시스

달러당 1500원을 바라보던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뚝 떨어지는 가파른 달러 약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1299.9원에 마감, 10월 중순 고점 대비 10%가량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달러화 가치도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강달러 국면을 즐기던 서학 개미들은 초비상이다. 연초 이후 10월 중순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1.3% 급등했다. 덕분에 보유한 미국 주식 주가나 지수가 떨어졌어도 달러로 환산한 평가 이익이 상당해 뒷배가 든든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환율 하락으로 이런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게 됐다. 10월까지는 환율 움직임에 그대로 몸을 싣는 환오픈형 투자 전략이 주효했다면, 앞으로는 환율 움직임에 따른 위험을 방어하는 환헤지(hedge·위험 회피) 전략을 세우는 게 이로울 수 있다. 각 금융회사는 환헤지형 투자 상품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ETF도 ‘환헤지형’으로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S&P500(H)’ 상장지수펀드(ETF)와 ‘KODEX 미국나스닥100(H)’ ETF 2종을 2일 상장했다. 종전에 삼성이 운용하는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환노출형 현물 ETF와 환헤지형 선물 ETF는 있었지만, 환헤지형 현물 ETF는 처음 내놓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TIGER 미국S&P500TR(H)’와 ‘TIGER 미국나스닥100TR(H)’ ETF 2종을 신규 상장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대표지수에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한 상품들이다. 헤지를 한다는 뜻에서 종목명 끝에 ‘H’ 약자가 붙어 있다.

올 들어 수익률을 10월까지와 11월 이후로 분리해 따져보면, 10월까지는 환오픈형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았고 11월부터는 환헤지형이 강세를 보인다. 환오픈 상태에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미국S&P500TR’ ETF의 1~10월 수익률은 -1.5%로 이 기간 S&P500 지수 하락 폭(-18.8%)에 비해 상대수익률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11월 들어선 수익률이 -3.4%로 뚝 떨어졌다. 이 기간 S&P500지수가 6% 가까이 올랐지만, 환율이 떨어지면서 환산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헤지형 상품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TIGER 미국S&P500선물(H)’ ETF의 경우, 1~10월 수익률은 -18.7%를 기록했지만, 11월 들어선 수익률이 3.4% 반등했다. 환율 변동과 상관없이 지수 등락 폭만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해외 투자의 경우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것만큼 환헤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런데 달러, 확실히 꺾인 건가요?

그러나 달러가 완전히 약세로 방향을 틀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폭을 줄이려는 것일 뿐,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힐 때까지 4%대 후반 또는 5%가량의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 ‘대세 하락’을 내다보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또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유럽과 중국의 성장 엔진이 다시 가동돼 달러 외 기타 통화가 강세로 전환돼야 달러 독주 체제가 끝날 텐데, 아직은 여타 경제권이 언제 확실히 반등 국면에 들어설지 안갯속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메이드 인 USA’ 자국주의를 강화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수준까지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지도 미지수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막강한 달러화는 약세로 접어들고 있나?’라는 제목의 투자자 노트를 통해 “단숨에 (달러 외 자산)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식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안 된다. 거시적 불확실성, 특히 미국 밖 경기 침체 위험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달러화 가치가 변곡점에 다다른 것만은 분명하다는 의견도 많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환율 평균 범위가 1100~1200원대이기 때문에, 환율이 평균치로 회귀한다면 달러 자산에 대한 헤지는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