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통에서 살았죠” 황희찬의 햄스트링 재활기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선수들 사이에서 무더위로 악명이 높다.
겨울에 열린 첫 대회지만 한낮 기온은 32℃까지 올라간다. 41.5℃까지 올라가는 여름과 비교하면 참을 만한 수준이지만 훈련과 경기를 반복하는 선수들에게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 3일 포르투갈전에서 벤투호를 16강으로 이끈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회 기간 내내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에 힘을 기울이다가 포르투갈전에서 첫 출전한 그는 기자와 만나 “카타르 날씨가 덥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난 이 곳이 춥기만 했다”고 웃었다.
황희찬이 남들과 다르게 느끼는 것은 그만큼 재활에 진심이었다는 증거나 다름 없다. 근육을 다친 선수들의 회복 속도는 염증 관리에 달렸는데, 체온을 낮추는 게 정답이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침대에서 눈을 뜰 때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부기 관리에 신경을 썼다”면서 “다친 부위(허벅지 뒤 근육)에는 항상 얼음을 빼놓지 않았다”고 재활로 보낸 나날을 떠올렸다.
황희찬의 빠른 회복은 체온 관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보통 그라운드 복귀에 3주가 필요하다는 이 부상을 열흘 만에 극복해 골까지 넣었다. 부상 첫날부터 훈련을 시작한 독기가 그 비결이다. 과거에는 햄스트링을 다친 선수는 쉬는 게 정답이었다. 이젠 운동을 병행할 때 근섬유 조직의 유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복귀도 빨라진다는 것이 상식이다. 허벅지 근육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견디는 것이 힘들 따름이다. 황희찬은 대표팀 훈련에서 빠졌을 때도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황희찬은 “하루라도 빨리 경기에 뛰겠다는 마음에 서둘렀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부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얼음통에 몸을 던졌다”며 “카타르에서 춥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황희찬의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 현지로 선수들의 회복과 재활을 도울 트레이너 5명을 파견했다. 예년보다 트레이너 숫자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고가의 의료기기까지 대거 공수해 선수단 호텔의 세미나룸을 치료실로 꾸몄다. 이 치료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 황희찬은 그라운드로 돌아갈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레이저 치료기(상처치료)와 고주파 치료기(혈액순환), 체외충격파치료기(세포자극)로 회복 속도를 앞당겼다. 황희찬은 “매일 치료를 받는 시간이 조금씩 달랐지만 하루에 5시간을 넘긴 적도 많다”고 떠올렸다.
여기에 트레이너들의 마시지로 다친 부위의 근육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치료받는 것이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그래서인지 황희찬은 자신의 치료를 돕느라 진땀을 흘린 트레이너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황희찬은 “사실 의무팀의 선생님들이 번갈아 날 신경써주셨기에 누구만 언급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내가 경기에 빨리 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분들의 덕”이라고 말했다.
황희찬은 그라운드 복귀와 함께 꿈에 그리던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지만 긴장을 풀지 않는다. 저돌적인 질주가 장기인 자신으로선 언제 또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할지 몰라서다. 고통스러운 재활을 견뎌냈던 지난 열흘간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6일 맞붙는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첫 원정 8강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할 수 있다.
황희찬은 “16강에서 만나는 팀은 브라질이 아니라도 모두 강팀”이라며 “내일이라도 다시 아플 수 있지만, 난 뛰겠다. 태극마크의 자부심으로 견뎌낼 수 있다. 응원해주시는 국민들도 한국 사람이란 것에 자랑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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