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세상에 없던 우승⑨] 인천 가는 고속도로의 구단주… 정용진과 1등 팬들이 서로를 바라보다

김태우 기자 2022. 12. 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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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리즈 우승 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정용진 SSG 구단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신세계그룹이라는 대한민국 굴지의 유통 대기업을 이끄는 정용진 SSG 구단주는 하루를 쪼개고 쪼개는 바쁜 일정을 보낸다. 현장 경영에 관심이 많은 만큼 업무를 보는 곳은 매일 다르다는 게 SSG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성수동에서 집무를 보실 때도 있고, 강남에서도 보실 때도 있고, 매일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정 구단주의 심장은 야구 앞에서 다시 뛴다. 바쁘고 고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야구가 시작될 시간이 되면 야구장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업무를 보다가도 경기장에 갈 여력이 되면 차를 인천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다. 대개 인천SSG랜더스필드로 가는 고속도로와 길목 모두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릴 시간인데도 정 구단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가 막히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야구장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던 것이다.

야구단 구단주들의 방문은 구단으로서는 생각보다 큰 이벤트다. 오너의 방문 자체가 1년에 몇 번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 구단주가 야구장에 왔다고 하면 사실 취재진에게도 바쁜 시간이 된다. 정 구단주도 처음 몇 번은 그랬다. 그런데 갈수록 ‘별 게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자주 오기에 한 번의 방문 자체에 대한 희소성이 떨어져서 그랬을 것이다.

정 구단주는 올 시즌 인천 홈경기 72경기 중 무려 24경기를 ‘직관’했다. 의전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도 않고, 조용히 와 야구를 보고 다시 조용히 경기장을 떠나곤 했다. 이기는 날은 활짝 웃으며 기분 좋게 맥주 한 잔을 들이켰고, 지는 날도 박수를 치며 선수단을 격려했다. 정 구단주가 야구를 좋아하는 말을 단순한 립서비스로 치부하는 자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진심은 지난 2년간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고, 팬들 사이에서도 ‘컬처 히어로’로 떠올랐다.

랜더스는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뒤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다. 선수 영입은 물론, 야구단 전반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정 구단주의 의지가 없었다면 못할 일도 많았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경기장 공사가 그랬다. 홈 클럽하우스를 메이저리그식으로 완전히 바꾸는 데 생각보다 큰돈이 필요했다. 모기업 아니면 돈이 나올 구멍이 없었다.

그렇게 구단 관계자들이 예산 문제로 망설이고 있을 시점, 정 구단주는 “이왕 하는 것, 우리 선수들에게 최고로 해주세요. 또 원정 선수들도 다 같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원정 시설도 바꿔봅시다”고 오히려 독려했다. 김광현의 컴백을 설득시키는 과정도 그랬다. 최고 대우를 해주려면 또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정 구단주에게 다시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이번에도 구단주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봅시다”며 거액의 예산을 다시 내줬다.

이처럼 구단에 많은 지원을 했지만, 간섭하지는 않는 게 정 구단주의 특징이다. 일각에서 “정 구단주가 마음만 먹으면 선수 운영에도 간섭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야구에 전문성을 가진 프런트와 현장을 믿었다. 대신 구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뒤에서 묵묵하게 구단을 밀고 있다. 청라돔 건설이라는 원대한 목표 또한 정 구단주의 의지 속에 그 청사진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 정용진 구단주 ⓒ곽혜미 기자

이런 정 구단주의 행보는 선수들에게는 ‘자부심’ 그 자체다. 선수들과도 자주 소통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로 응원의 문구를 보내기도 하고, 시간이 있을 때는 선수들과 직접 만나기도 한다. SSG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도 '구단주님에게 관심을 받고 있구나'라는 감정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다른 팀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SSG 랜더스에 대한 선수들의 로열티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렇게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은 정 구단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를 좋아하는 정 구단주인 만큼 포스트시즌에서의 성적에는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정 구단주는 주위에 평소 “그래도 정규시즌 우승과 홈 관중 1위는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주의 꿈이자 로망이었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인수 2년차인 올해 그게 한꺼번에 다 이뤄졌다. 정규시즌 우승은 그것도 KBO리그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정규시즌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1위를 놓치지 않은 우승)이었고,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집어삼키며 통합우승을 해냈다. 그리고 올해 인천 연고 역사상 처음으로 홈 관중 1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구단 관계자들은 “올해 우리 구단의 객단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공짜표나 할인표가 별로 없었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이라고 자신한다. 어쩌면 정 구단주의 예상보다 더 빨리 이뤄진 ‘더블’의 위업이었을지 모른다.

한 관계자는 “랜더스가 1위를 이어 가자 그룹 전체의 관심이 굉장히 커졌고, 계열사가 랜더스에 대한 지원도 많이 해줬다”면서 “한편으로는 시즌 막판 쫓기는 모습에서 통합우승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도 계열사들이 많이 이해를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꿈꿨던 모든 게 한꺼번에 이뤄진 시즌의 마지막 순간. 정 구단주는 공식 우승 세리머니에서 단상에 섰다. “저렇게 얼굴이 상기된 적이 많지 않으실 텐데…”라는 한 관계자의 말을 뒤로 하고 등장한 정 구단주에 홈팬들은 환호했다. 구단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정 구단주는 감격에 찬 듯, 그리고 그 감격을 그대로 발산하는 확신에 찬 어조로 팬들에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정 구단주는 “SSG 선수단에 개인 타이틀 1위가 하나도 없었지만, 1등을 한 것이 하나 있다”면서 홈 관중 1위 성과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계속 팬들과 함께 하는 랜더스가 되겠다고 약속했고, 우승 뒤 대대적으로 열린 이마트의 우승 축하 할인 행사는 전국적인 화제를 일으키며 야구단과 기업의 시너지 효과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세상에 없던 구단주와 1등 팬들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한 채 박수를 치며 계속되는 동행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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