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빛낸 ‘아시아의 힘’···한국·일본·호주 16강 합창 새역사

윤은용 기자 2022. 12. 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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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2-1로 승리하고 16강 진출이 결정되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알라이얀 | 권도현 기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도 어느덧 조별리그가 끝났고, 이제 녹아웃 스테이지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월드컵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대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아시아 인베이전(침공)’이다.

아시아 국가는 이번 대회에서 호주와 일본, 한국 등 3팀이 16강에 올랐다. 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세네갈, 모로코), 북중미(미국)보다도 많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만 16강에 올랐던 것과는 크게 대조를 보인다.

호주는 D조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1-4로 대패했지만 이후 튀니지와 덴마크를 각각 1-0으로 제압하고 D조 2위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서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만나 1-2로 패하긴 했어도 끝까지 아르헨티나를 위협하며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의 강호인 스페인, 독일과 한 조에 속해 ‘죽음의 조’로 꼽힌 E조에서 승점 6점(2승1패),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놀라운 사실은 일본이 2승을 거둔 상대가 바로 스페인과 독일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약체로 꼽힌 코스타리카에 0-1로 패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한국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다.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긴 했지만, 세계적인 강호로 꼽히는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을 만나 1승1무를 거뒀다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2-1로 승리하고 16강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 | AP연합뉴스



이번 대회 아시아 축구의 성과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동안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불려온 유럽과의 승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주와 일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럽팀과 총 5번 맞붙어 4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조별리그에서 떨어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적을 합해도 5승3패로 우위를 점했다. 여기에 지난 대회에서 단 한 팀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던 아프리카 팀들마저 세네갈과 모로코, 두 팀이 16강에 오르는 등 선전을 펼치면서 유럽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러시아 월드컵 때 12팀이나 16강에 진출했던 유럽은 이번 대회에서는 8팀이 이름을 올리는데 그쳤다. 벨기에, 독일, 덴마크 같은 유럽의 강호들이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당했다.

유럽은 시즌 도중 월드컵에 참가해 선수들의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여기에 오랜 기간 A매치 때마다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를 가져 다른 대륙팀들과 붙어보지 않아 스타일 적응에 크게 애를 먹은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반대로 아시아팀들은 많이 노출된 유럽팀들의 스타일을 잘 분석하면서 이에 대비한 전술, 전략을 다소 수월하게 짤 수 있었다. 일본은 스페인, 독일을 상대로 전반에 웅크린 뒤 후반에 교체 선수들을 투입해 승부를 보는 전략으로 ‘자이언트 킬링’을 해냈고, 한국은 4년 동안 준비해 온 빌드업 축구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팀이 됐다.

4년 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이런 결과가 재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아시아 팀들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붙어도 일방적인 스코어로 밀리지 않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아시아 축구가 조금씩 세계 중심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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