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김혜수, 이래서 비싸도 원톱 배우 캐스팅하는 거 아니겠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2.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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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체 왜 그 아이여야 했느냔 말이다!" 중전 임화령(김혜수)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권의관(김재범)에게 던지는 일갈에는 지엄함과 더불어 어미로서의 비통함이 더해져 있다.

자신의 아들을 챙기기 위해 태인세자 살해까지 저질렀던 대비는, 바로 그 비극 때문에 엉뚱하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자식을 잃은 임화령이 그 진실을 파헤치는 걸 막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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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의 종횡무진, 이것이 바로 원탑의 위엄(‘슈룹’)

[엔터미디어=정덕현] "왜? 대체 왜 그 아이여야 했느냔 말이다!" 중전 임화령(김혜수)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권의관(김재범)에게 던지는 일갈에는 지엄함과 더불어 어미로서의 비통함이 더해져 있다. 핏발이 선 눈으로 토해내는 말들은 비수처럼 날이 서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프다. 여전히 위엄을 가진 중전이지만 아들을 잃은 어미로서의 탄식이 뒤섞여 있다.

권의관이 결국 폐비 윤씨(서이숙)의 숨겨진 아들이자, 살해된 태인세자의 아우 영원대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태인세자의 사인을 밝혀 지금의 왕 이호(최원영)를 끌어내리려는 과정에 무고한 세자(배인혁)가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화령이다. 그 마음은 갈갈이 찢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일의 원인을 따라가면 거기 그의 지아비 이호의 원죄가 숨어 있다. 중전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 앞에서 이를 밝혀내 저들을 단죄하고픈 분노와 더불어, 지아비인 왕을 보호해야 하는 복합적인 감정이 뒤얽혀 있다. 어쨌든 왕은 자신의 남편이고 자식들의 아비가 아닌가.

tvN 토일드라마 <슈룹>에서 김혜수가 맡은 임화령이라는 인물은 이토록 복잡하다. 가족과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안에 원죄가 깔려 있고 이로 인해 엉뚱한 희생을 당한 아들에 대한 분노와 원망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인물은 사적인 감정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공적인 틀 안에서 이 사태를 해결해나가려는 그런 인물이기도 하다.

이제 마지막회를 남긴 시점에 되돌아보면 <슈룹>은 한 마디로 김혜수라는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톱 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극의 외형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현재를 패러디한 풍자적인 현대극의 면면을 숨기고 있는 <슈룹>에서 김혜수는 대비(김해숙)와 각을 세우며 끝까지 긴장감을 끌어오면서도 중간 중간 숨 쉴 틈을 내어주는 코믹한 연기도 빼놓지 않았다.

만만찮은 대비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대적하는 카리스마에, 자신의 자식은 물론이고 다른 후궁들의 자식들까지 챙기는 자애로운 국모로서의 면면이 더해졌고, 사고뭉치인 아들들에 골치를 썩다가도 착한 심성과 올곧은 아이들의 진심 앞에 미소 짓는 그런 인물이었다. 게다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감정들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결코 길을 잃지 않는 그런 인물이기도 했다.

결국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태산 같은 임화령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대비와 맞서고 아들들을 지켜내며 나아가 죽은 세자의 진실을 파헤치는 그 모든 일들을 해나가면서 저들은 저들끼리 무너져 버렸다. 권의관(김재범)은 그를 함정에 빠뜨려 죽이려 한 영의정 황원형(김의성)을 살해하지만 그의 숨겨진 아들인 의성군(찬희)의 칼에 죽음을 맞이한다. 황원형의 딸 황귀인(옥자연)이 권의관과 사통하여 의성군을 낳은 일은 그렇게 파국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대비가 남았다. 자신의 아들을 챙기기 위해 태인세자 살해까지 저질렀던 대비는, 바로 그 비극 때문에 엉뚱하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자식을 잃은 임화령이 그 진실을 파헤치는 걸 막으려 한다. 대비는 아들을 지키겠다 나서지만 임화령은 "자기 방식대로" 지아비를 지키겠다 나선다. 과연 이들의 대결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놀라운 건 이 복합적인 감정 연기 속에 사극과 현대극의 요소를 넘나드는 연기는 물론이고, 스릴러와 코미디까지 전혀 이물감 없이 이어붙이는 연기까지 막힘이 없다는 점이다. <슈룹>은 그래서 김혜수의 원톱 드라마이면서, 그가 가진 다양한 연기의 결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슈룹>은 실로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이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싶은 그런 작품으로 기억에 남게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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