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옆 경찰서’ 숨가쁜 스토리속 유머와 휴머니즘 ‘반짝’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2. 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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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드라마 따라잡기가 숨가쁘다. SBS 금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이야기다.

첫 화 코드제로 납치사건부터 범상치 않더니, 2화 중학생 자살교사 및 방조사건, 3화 밀실화재 실종사건, 4화 뺑소니 위장 아동살해사건, 5화 폭발테러사건까지 미드 CSI 시리즈를 방불케하는 치밀한 스토리 전개가 다이내믹하다.

그리고 진호개(김래원 분)와 마태화(이도엽 분)간 메인 스토리에 돌입한 6~7화 방필구 교살 후 방화사건은 백미였다.

5회 말미, 진호개는 발신번호 표시 제한된 전화를 받고 불려 나간다. 같은 시간 “도착했냐? 이게 우리 마지막 통화다”라며 전화를 끊고 대포폰을 버려버리는 마태화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현장을 서성이는 진호개와 그를 바라보다 사라지는 방필구의 모습에서 5화는 끝을 맺었다.

6회가 시작되면서 태원소방서팀은 아침 6시 28분 최초 접수된 화재현장인 함바집으로 출동하고 현장에서 불탄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경찰에 공조를 요청한다.

시신의 목엔 삭흔이 있었고 기관지엔 그을음이 없어 교살 후 방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줬다. 화재현장에서 살해현장으로 바뀐 그곳에선 혈흔과 족적, 발화에 쓰인 라이터기름통이 발견된다. 교살 후 증거인멸을 위한 방화사건의 전형이다.

문제는 가해자의 것으로 추정된 혈액이 진호개의 것이었고 족적은 진호개의 사이즈와 같은 경찰워커, 라이터기름통에선 온통 진호개의 지문만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현장인근의 CCTV에도 얼쩡거리는 진호개의 영상이 담겨있었으며 최초신고자도 진호개였다는 점이 그를 옭아맨다.

꼼짝없이 방필구 살해피의자로 몰려 구치소에 수감된 진호개는 1화의 납치범 조두철(윤석현 분)을 도발, 칼에 찔리고 병원이송 중 탈출해 개별수사를 시작한다.

화재현장에서 구출한 학생의 증언을 통해 함바집에 노숙인들이 자주 들락거렸다는 얘기를 듣고 태원역 노숙자촌을 찾은 진호개는 현장의 족적과 같은 경찰워커를 신은 노숙인을 찾아 태원서로 자수한다.

하지만 노숙인 고씨에게선 방화범에게 나타나는 열변형이 나타나지 않았다. 피의자 심문 현장에 나타난 검사 염상구(서재규 분)는 열변형 분석기를 진호개의 머리에 들이대 열 변형된 모발을 확인하고 득의양양한다.

그도 잠시, 송설(공승연)이 등장해 그 반응은 5화의 폭탄테러범 김형(지현준 분)과의 격투중 발생한 것임을 증언하고, 국과수 법의관 윤홍(손지윤 분) 역시 현장 혈액을 정밀분석, 혈액 속에서 항응고제를 발견했음을 밝힌다. 즉 병원에서 검사를 위해 채취된 혈액이란 의미로, 조작된 증거임을 입증한 것.

아울러 공명필(강기둥 분) 역시 현장 족적과 같은 경찰워커를 찾아내 버려진 워커들이 많아 누구라도 손쉽게 습득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또한 라이터기름통 역시 3화 밀실화재 실종사건 범인 우미영(노수산나 분)이 사용한 것으로, 증거보관실에서 반출한 범인을 꼭 잡겠다고 벼른다.

진호개를 범인으로 특정했던 검찰의 모든 증거가 그렇게 반박당하면서 진호개의 누명은 벗겨진다. 그 와중 진호개를 옭아맨 증거심기는 완벽했으며 그 증거조작을 증명하는 과정은 명쾌했다. 작가의 치밀함은 감탄스럽고 짧은 시간에 그 모든 것을 개연성있게 담아내는 연출솜씨도 탁월했다.

작·감의 탁월한 솜씨는 방필구 사건이 교살 아닌 의사, 즉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자살임을 밝히는 데 까지 이어졌다.

봉도진(손호준 분)이 방화 현장 맞은 편을 비추는 CCTV에서 발견한 최초 발화현상은 세로로 제법 크게 나타났었다. 또한 현장에서는 불에 잘 타는 면혼방 끈과 불에 안 타는 내연재 끈이 발견됐었다. 이는 미리 뿌려진 떡밥들로 봉도진과 진호개의 실험을 통해 회수된다.

즉 교살당해 쓰러진 시신에서 발화가 시작됐다면 최초 발화현상은 가로로 나타나야 했다. 그리고 그 크기도 50cm를 넘지 않아 CCTV상에 나타난 것만큼 클 수는 없다.

그 상이점은 진호개의 자해실험을 통해 밝혀진다. 직접 목을 매본 진호개는 사건의 진상을 증명한다. 즉 방필구는 자신의 몸과 바닥에 라이터 기름을 뿌린 뒤 내연재 끈으로 목을 매고 면혼방줄을 바닥에 늘어뜨린 후 지포라이터를 켠 채 버티다, 죽으면서 지포라이터가 바닥에 떨어져 발화, 면혼방줄을 타고 자신의 몸에 불이 옮겨붙게 한 것. 즉 최초발화현상의 커다란 심지로 자신의 몸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설명되지 않은 부분은 남아있다.  ‘최초 신고자 진호개’ 부분이다.

진호개가 최초 신고를 했다면 사건현장을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첨보는 양 수사에 임했다. 진호개가 전화를 받고 현장 인근에 도착했을 땐 비 내리는 밤중이었고 최초신고 30분전엔 근처 성인용품 판매차량 블랙박스에 진호개의 모습이 잡혔다. 계절상, 그리고 태원소방서의 화재진압이 밝은 시간대에 이루어졌으니 진호개는 아침 6시 무렵까지 근처에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왜 없었을까? 7화 말미에서 “한판 붙자”고 진호개를 불러낸 것이 마태화임이 밝혀진만큼 진호개가 밝히지 않은 내막도 따로 있음직하다. 방필구 자살 감시·방조범이 진호개를 기습해 기절시킨 후 그의 핸드폰으로 신고를 하고 사라졌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부분은 드라마의 치밀함에 비춰 추후 설명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한편 7화 말미에서 진호개는 마태화가 살해를 교사한 최석두(정욱진)를 살려내 마태화의 석미정 살해 당시 알리바이 조작을 입증했다. 그리고 마태화 검거에 나섰다가 격투 끝에 조두철에 찔린 상처가 터져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이처럼 따라가기도 벅찬 스토리를 풀어놓으면서도 유머와 휴머니즘을 잊지않는 것도 이 드라마의 강점이다.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와중에도 도움을 준 모든 이들이 건네는 두부를 꾸역꾸역 먹어 치우는 진호개의 모습이나, “시간 맞춰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살아서 퇴근하는 것. 그것 좀 하라구요.”라 당부하는 송설의 모습이나, “나 같은 놈 옆에 있으면 인생 꼬라박어.”라 염려하는 진호개. 또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며 가슴앓이 하는 봉도진의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가쁜 숨통을 잊지 않고 한번씩 틔워준다.

경찰 월급에 목숨값이 포함돼서 스스로를 막 대한다는 진호개의 고군분투와 그를 애정, 혹은 애증하는 주변인들의 하모니가 보기 좋은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언제나 다음 회가 궁금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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