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기업 평판위기와 ESG

이준희 2022. 12. 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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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최근 국내 최대 제빵기업 공장에서 안전사고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 기업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기업 브랜드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감소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국내 커피 시장에서 최고 매출액을 자랑하는 회사에서 고객에게 증정품을 제공했는데 제품에서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는 바람에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근로자 인권이나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기업 이미지는 물론 기업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평판을 쌓는 데 20년이 걸리지만 평판이 무너지는 것은 5분이면 된다'는 워렌버핏의 말은 단순한 경구가 아니다.

평판은 사람이나 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를 말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들에 대한 평가이며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는데 기업의 사회적 평판은 비재무적인 요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기업 제품과 서비스 품질, 가격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 업무 관행, 조직문화, 기업 임직원 품행까지도 기업 이미지와 평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ESG 경영이 대세가 된 지금 평판관리는 단순한 홍보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평판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예방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수면, 좋은 식습관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제품 품질과 안전관리, 근로자에 대한 인권 존중, 준법 경영, 소비자 안전, 거래처와 협력·상생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도 할 수 있다. ESG 평가에서 늘 최고 점수를 받는 기업 CEO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ESG라는 말이 나오기 훨씬 오래 전부터 준법 경영을 하고, 근로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기업 이윤 중 일부를 기업과 관련이 있는 소비자, 직원, 지역주민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사회 기여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온 결과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일 뿐'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ESG 경영 내재화는 평판관리의 가장 기본이다.

평상시에 관리를 잘 해도 소비자가 쓴 한 줄의 리뷰, 기업 임직원의 부도덕한 행동, 경쟁자, 악의적인 네티즌 등에 의해 평판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기업이 잘못했다면 사과와 함께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허위이거나 악의적으로 부풀려진 내용이라면 법적 조치와 함께 포털이나 유투브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포털 운영규정에 따라 정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ESG 평가를 하는 기관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사건 사고들을 ESG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ESG 평가결과를 보면 안전사고로 인한 근로자 사망이나 상해, 횡령이나 성희롱 등 임직원 비리로 인해 기업 ESG 평가등급이 하락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뉴스 기사를 모니터링해 ESG 등급에 반영하는 평가기관 발표에 따르면 ESG사건·사고 기사 중 사회(S) 분야 이슈가 가장 많았고 '소비자 문제'나 '근무 환경'과 관련된 기사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장기적인 기업 성장을 모색한다면 일반 대중들이 본인 문제로 느끼고 공감하기 쉬운 사회 분야 이슈는 기업의 중대한 평판위기 요소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전 예방과 적절하고 신속한 사후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yjlee@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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