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K파트너스, 중국 반도체 회생 프로젝트에 투자

이충희 기자 2022. 12. 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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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유니 대출채권 800억 인수
일본 마렐리 부실채권에도 투자
금리인상에 바이아웃 거래 어렵지만
크레딧·소수지분 투자 기회 활짝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서울경제DB
[서울경제]

MBK파트너스가 최근 회생 절차를 마무리한 중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자로 나섰다. 기업들의 향후 실적이 대체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탄을 넉넉히 보유한 사모펀드(PEF)에 한계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중국 칭화유니그룹에 약 800억 원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총 18억 달러 규모로 결성한 스페셜시추에이션(Special Situation) 2호 펀드를 통해 이번 투자를 집행했다. MBK는 칭화유니가 발행한 대출채권을 매입한다.

중국 정부는 부실화 된 칭화유니그룹 매각을 추진해왔는데 올 초 베이징젠광·베이징즈루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600억 위안(약 11조1300억 원)에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MBK는 칭화유니 경영권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중국 반도체 시장의 투자기회를 엿본 셈이다. 이 밖에 대만 제조사 폭스콘이 컨소시엄이 결성한 펀드에 약 1조 원을 투자하는 등 이번 칭화유니 인수에 다양한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칭화유니는 1988년 중국 칭화대학교가 설립한 반도체 설계·제조 회사다. 2020년 11월 채무 상환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7월엔 파산 절차까지 내몰렸다. 현지 정부는 회생 프로그램을 가동해 회사 정상화를 추진해왔고 결국 베이징젠광 컨소시엄에 회사를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추세지만, MBK는 중국 정부가 뒷받침하고 핵심 산업인 반도체 제조사인 점을 고려했다.

MBK는 최근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투자자들과 함께 일본 자동차 부품사 마렐리의 총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부실채권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 투자도 스페셜시추에이션 2호 펀드를 통해 자금을 댔다. 마렐리 역시 코로나19 여파에 부실이 늘어나며 회생 절차를 밟아온 곳이다.

이처럼 최근 금리가 급등하자 사모펀드(PEF)들이 기업의 소수 지분에 투자하거나 대출 성격을 띠는 구조화 금융 투자의 보폭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PEF의 기존 주요 전략이던 대형 바이아웃(Buy Out·경영권 인수) 거래보다 다소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LP) 역시 단순히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전략보다 지분과 대출을 섞어 안정적인 메자닌성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금리가 10%에 육박해 15% 안팎을 노리는 단순 지분 투자로는 사모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LP들도 주요 딜(Deal)이 아니면 바이아웃 성격 투자에 당분간 큰 자금을 집행하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가격이 떨어진 시점에 투자하면 경기 회복기에 높은 수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업계에 깔려 있는 셈이다. 다만 넉넉한 투자 실탄이 마련돼 있고, 오랜 투자 경험으로 업계 입지가 확고한 대형 운용사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IMM프라이빗에쿼티가 2020년 기업 크레딧에 주로 투자하는 IMM크레딧솔루션을 신설하고 현재까지 SK루브리컨츠, 삼성생명 등에 총 1조2000억 원 프로젝트 투자를 집행해 왔다. IMM크레딧솔루션은 내년 3500억 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조성하는 대형펀드)를 만들어 신속한 투자 집행 기반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도 지난해 글랜우드크레딧을 출범시킨 뒤 현재까지 에스앤아이,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전환우선주(RCPS) 등에 투자했다. 또 기업 분할이 예고된 한화솔루션 첨단소재사업부문에 연내 3542억 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 결성에도 나서고 있다. 이 밖에 VIG파트너스도 지난해 VIG크레딧을 신설한데 이어 최근에는 JKL파트너스도 크레딧 투자를 위한 별도 법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IMM크레딧솔루션과 VIG크레딧은 안정적인 인프라 성격으로 주목 받는 KT클라우드 소수 지분 투자 입찰에 최근 뛰어들었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기업이 전환사채나 전환우선주라는 당근책을 마련해 외부에 투자 유치하면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가치) 하락을 막으면서 지분 희석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은행에서 대출 받기 어려운 한계 기업 중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크레딧 펀드들의 출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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