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사상최대 실적에도 희망퇴직… 업계 “매각 위한 구조조정 나섰나”

이기우 기자 2022. 12.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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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치 연봉에 자녀학자금 제공
육상직 직원 60%가 신청 가능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중인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2년 연속 역대급 호실적을 내고 있는 회사가 희망퇴직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을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 항만에 정박한 HMM 선박. /뉴스1

HMM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근속 10년 이상의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받고 있다. 2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근속 연수 가산분, 자녀 학업 지원금과 재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올해 말에 퇴사하는 조건이다. 현재 HMM의 육상직 직원은 약 1000명인데 이 중 60%가 신청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관계자는 “희망자에 한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며 “규모를 정해 놓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HMM은 코로나 이후 발생한 물류난의 수혜를 크게 입었다. 지난해 매출 13조7941억원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한 수치고, 영업이익 7조3775억원은 전년 9808억원에서 무려 6조3967억원 늘어난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올해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조6867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지난 9월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도 10조3123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그간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HMM이 이제야 신청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HMM은 코로나 직전까지 대형 선사들이 잇따라 요금을 인하하는 ‘치킨 게임’에 휘말려 수년간 자금난에 시달리며 직원들 임금까지 동결해 왔다. 8년간 임금이 동결된 탓에 지난해에는 파업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재정 상황이 어려워 희망퇴직에 필요한 위로금과 지원금 등을 제공할 수가 없었는데, 코로나 특수로 자금 사정이 크게 개선된 덕분에 조직 쇄신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HMM이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진행될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HMM이 어느 기업에 인수되든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먼저 인력 구조를 개선해 고임금으로 인한 인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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