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로 반도체 폐수 깨끗하게

KIST 연구진, 중금속 제거용 나노필터 개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중금속 제거용 나노필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팀이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로 반도체 폐수를 정화하는 소재를 개발했다. 매립이나 소각 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인 커피 찌꺼기를 줄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민욱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과 김영관 동국대 화학과 교수팀이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중금속 제거용 나노필터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커피 한 잔을 내릴 때 사용되는 커피콩의 약 0.2%만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된다. 나머지 99.8% 찌꺼기는 버려진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이 찌꺼기 양만 연간 15만t에 달한다. 커피 찌꺼기를 매립하면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소각할 때는 다량의 탄소가 발생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커피 찌꺼기의 표면은 다공성 구조다. 여기에 음 전하를 띠고 있다. 양전하를 띠는 반도체 폐수에 있는 중금속을 흡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반도체 생산 증가로 인체 주요 장기에 손상을 초래하는 중금속 배출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캡슐커피 안의 커피 찌꺼기를 수거한 후 생분해성 고분자와 섞어 복합용액을 만들었다. 이 용액을 ‘전기방사’ 기술을 이용해 필터로 만들었다. 전기방사는 용액에 고전압을 걸어 수백 나노미터 굵기의 실을 방사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매우 촘촘한 형태의 필터”라며 “이 기술은 커피 찌꺼기 수거 후 세척이나 불순물 제거 같은 별도의 전처리 공정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필터로 반도체 폐수 속 중금속을 제거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4시간 안에 90% 정도의 중금속을 걸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캡슐커피 1개로 약 10L의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성능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커피 찌꺼기를 간단하게 복합 소재로 만들어 경제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수처리 기술을 개발했다”며 “향후 친환경적이면서도 성능이 높은 다양한 필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수처리공학저널’ 12월호에 공개됐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