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지는해, 뜨는해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해가 지면 다시 떠오르기 마련. 지구상에서 물리적으로 해가 지는 것과 떠오르는 것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월드컵은 다르다. 지는 해와 뜨는 해를 동시에 볼 수 있고 지는 해의 떨어지는 속도, 뜨는 해의 떠오르는 속도를 똑똑히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는 지는 해와 뜨는 해의 속도를 절감하고 있다.
▶라스트 댄스를 추고 있는 전설들
이번 월드컵은 약 15년여간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1987년생인 메시, 1985년생인 호날두는 다음 월드컵이면 39세, 41세다.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마지막 월드컵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메시는 역대 최고횟수인 발롱도르(세계 올해의 선수상) 7회 수상자, 호날두는 5회 수상자라는 딱 하나의 기록만 놓고 봐도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이 된다.
메시-호날두가 발롱도르를 독식한 2008년부터 2021년까지(2020년은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음) 딱 한번 다른 선수가 발롱도르를 가져간 적이 있었는데 바로 2018년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였다. 크로아티아를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끌고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공로였다. 그 모드리치도 올해로 37세이기에 마지막 월드컵이다.
또한 2020 발롱도르 시상식이 개최만 됐다면 무조건 상을 받았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도 고작 두 번째 월드컵이지만 34세이기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다. 프로 통산 765경기 558골. A매치 통산 136경기 77골로 레반도프스키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635번째 골을 넣는 순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5경기만에 드디어 골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골대 앞에서 선방이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지던 골키퍼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받는 마누엘 노이어(독일) 골키퍼 역시 36세의 나이라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이어가 있음으로 인해 그 팀은 수비 라인을 높게 올리고 뒷공간을 파고드는 패스는 노이어가 빠르게 튀어나와 처리하게 한다. 또한 안정적인 볼배급과 기본적인 선방 능력마저 역대 최고로 인정받아 역대 골키퍼 넘버1인 레프 야신과 비견되는 반열에 오른 노이어의 월드컵 무대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인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선수도 있다. 웨일스의 축구 전설 가레스 베일. 2013년 토트넘 훗스퍼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기록했던 이적료 8600만파운드(당시 1477억원)은 당시까지 역대 이적료 1위였을 정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부진했지만 그래도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대업적을 달성한 베일은 33세의 나이에 조국 웨일스를 이끌고 1958년이후 64년만에 월드컵으로 이끌었다. 첫 경기 미국전에 극적인 PK 동점골을 넣어 승점까지 안겼지만 이후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베일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을 마치게 됐다.
▶앞으로의 축구는 우리에게 맡겨라
앞선 선수들은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에 대표팀 주장을 맡아 월드컵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있지만 이번이 처음인 10대, 그리고 20대 초반의 선수들도 있다.
주드 벨링엄은 2003년생으로 10대의 나이에 '축구종가' 잉글랜드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따낸 신성.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조별리그 1차전 이란전에서 헤딩골을 넣으며 1998년 세계 축구계에 충격을 줬던 마이클 오언 이후 잉글랜드 최연소 득점자로 기록됐다.
스페인의 가비와 페드리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2004년생인 가비는 18세의 나이에 조별리그 1차전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을 넣으며 1958년 당시 만 17세 249일의 나이였던 브라질의 펠레가 결승 스웨덴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가장 어린 선수가 월드컵에서 득점한 기록을 남겼다.
이번 월드컵 직전에 만 20세가 된 페드리 역시 그 대단한 스페인 중원의 주전을 꿰차면서 맹활약 중이다. 가비와 페드리는 마치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그랬던 것처럼 바르셀로나의 듀오를 이루고 있다. 가비는 메시가 1군 등장 때 달았던 등번호 30번을 바르셀로나에서 달고 있고 페드리는 2021년 페드로가 받았던 '골든보이'를 2022년 받기도 했다. 스페인의 새로운 황금 듀오의 탄생이다.
자말 무시알라는 공격진이 많이 약화된 독일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17세의 나이에 독일 최강팀 바이에른 뮌헨에 데뷔하고 19세인 현재 뮌헨의 주전인 무시알라는 역대 월드컵 최다득점자인 밀로슬라프 클로제, 루카스 포돌스키 등 쟁쟁한 공격진이 사라진 독일에서 10대 나이에 에이스 노릇을 도맡고 있다. 전문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독일 공격을 향후 15년간은 책임질 선수로 기대받고 있다.
한국의 이강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만 21세인 이강인은 월드컵 최종명단에 겨우 합류했지만 실력으로 의구심을 지워냈다. 우루과이전, 가나전 모두 교체투입돼 맹활약했고 특히 우루과이전은 교체투입 1분만에 상대 공을 뺏어내 도움까지 기록하며 한국의 추격 의지를 불지피기도 했다.2019 FIFA U-20 월드컵 대회 MVP인 골든볼을 탄 이후 소속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출전 기회가 넉넉지 않아 하락세를 타던 이강인은 올시즌 마요르카에서 에이스로 거듭나며 한국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데뷔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다시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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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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