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생에너지에 관심 갖는 까닭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입력 2022. 12. 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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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석유 이후 시대 내다보나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11월17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다. 방한 기간 중 우리나라와 사우디는 총 26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네옴시티와 관련한 사항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사우디 서북부 지역 2만6500㎢에 약 5000억~1조 달러를 투입해 건설 예정인 이 도시는 많은 특징이 있지만 전체 사용 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및 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산유국인 사우디가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1월1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에쓰오일 본사 건물에 11월17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환영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50~55년 후면 석유 생산 멈출 가능성  

사우디의 가장 큰 고민은 부의 원천인 석유가 계속 현재와 같이 생산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유를 생산하는 유정은 적절하게 관리해 생산량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민감한 존재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은 초거대 5대 유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이 가운데 가와르 유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유전이다. 

1951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70년 넘게 55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면서 전체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50% 이상을 감당하고 있다. 가와르 유전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잠재매장량도 당초 750억 배럴에서 428억 배럴로 축소되는 등 지속적인 생산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 수출액의 70%, 정부 수입의 53%를 원유 판매 수익에 의존하는 사우디는 현재까지 확인된 잠재매장량과 생산량을 기준으로 약 50~55년 후면 더 이상 석유를 생산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된다.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사우디로의 전환이 빈 살만 왕세자의 목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사우디는 급속한 석유 소비로 인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인구 증가와 더불어 생활수준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체 전력 의 20% 이상을 원유를 직접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 사우디로서는 자국 내 소비량 증가는 수출 원유량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중동 최대 석유 소비국이 된 사우디로서는 국내 석유 소비량을 감소시키거나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빠른 방법은 석유와 전력요금을 현실화해 소비를 감소시키는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대안이다. 2018년 가정용 전력요금을 3배 인상하면서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전기 수요가 감소했지만 사우디 국민은 여전이 세계 평균의 3배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하루 12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자국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가운데 약 360만 배럴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 석유 사용량이 증가할 경우 2030년에는 자국 내 소비량이 수출량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차단하기 위해 최근 사우디는 천연가스 사용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5위의 가스 매장량을 활용해 자국 내 원유 소비를 줄이고 이를 수출함으로써 안정적인 재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역시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특히 사우디의 천연가스는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황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탈황 설비 등에 많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2010년 이후 사우디의 가스 생산량은 30% 이상 증가했으며, 2030년까지 50% 이상 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사우디는 재생에너지, 그 가운데서도 태양광과 관련해서는 매우 양호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밀도가 낮으며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어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유리하며 국토 전체를 연결하는 송전선로도 잘 갖춰져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전체 사용 전력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이렇게 생산되는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2025년까지 하루 650톤을 생산하는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건설도 추진 중이다. 좀 더 큰 규모의 수소 생산을 위해 천연가스를 이용한 블루수소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130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400만 톤의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수출한다는 계획인데, 실제 2020년 9월 이렇게 생산한 블루수소를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앞으로 남은 7년 동안 현재 1GW도 되지 않는 태양광발전 및 풍력발전 시설용량을 58GW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 사우디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계획을 의욕적으로 수립했지만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2013년 사우디는 2020년까지 24GW, 2032년까지 54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자국의 소비 충당은 물론 겨울철엔 유럽에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어느 것도 실현되지 못했다. 2018년 200GW 규모의 태양광 공원 프로젝트를 위한 2000억 달러 규모의 계획에 대해 일본 소프트뱅크와 예비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사우디 협력, 건설에만 머물러선 안 돼

하지만 이 계획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외부에 알려진 바 없다. 이러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과 달리 사우디 내부적으로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보수적인 왕국을 새롭게 개편하려는 의지가 분명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이런 의지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6200억 달러 규모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가 재생에너지 목표의 70%를 책임지게 되었으며, 나머지 30%는 민간사업자 간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가정용 전력을 위해 연소되는 석유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우디의 전환은 빈 살만이라는 실권자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판단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또는 종교적·경제적 반발로 인해 흐지부지되거나 최악의 경우 권력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빈 살만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우디가 석유라는 한정된 자원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고,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사우디와의 협력은 과거와 같은 단순한 건설공사 수주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미래비전을 공유하고,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좀 더 폭넓고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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