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누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인왕산 풍경의 맛…삼청동 반송재
[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9)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반송재
서울 종로구 삼청동 언덕 중간쯤에 위치한 반송재는 전통 건축문화 전문가인 이문호 소장이 설계해 2010년에 완공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화강암 재질의 담장 안에는 두 채의 한옥이 맞닿아 있는데, 각각 45평 규모의 부지에 생활공간을 넓히기 위해 설치한 반지하와 15평 규모의 마당이 자리 잡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집주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로서 이 반송재를 연구소 겸 자택으로 쓰고 있다. 전통 한옥은 남성 중심으로 활용되던 사랑채와 여성 중심으로 활용되던 안채의 분명한 분리에서 볼 수 있듯 성별에 따라서 공간을 뚜렷이 구분하곤 했는데, 이 집의 주인 또한 공간의 기능에 따라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와 주거공간 및 서재가 있는 안채를 확실하게 구분했다.
이문호 소장은 1990년대 중반, 남부 지방에서 건축학적 가치가 담긴 한옥 복원 작업을 맡으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북촌 한옥지구에 관심을 갖고 북촌 일대 보존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녀의 지극한 한옥 사랑은 사랑채 안에 위치한 조그마한 누마루에 인왕산의 전망을 담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진다. 이처럼 반송재에는 한옥 관련 활동을 열정적으로 해온 집주인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반송재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가옥의 비율이다. 처마 길이와 건물 높이의 조화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1930년대 도시형 한옥들은 공간의 한계로 인해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 반면에 반송재는 비율과 건물 사이 간격을 통해 전통 한옥단지의 아름다움을 재현해내고 있다.
안채의 반지하에 위치한 연구소에는 수천 권의 미술 서적과 연구 자료와 함께 집주인이 소장한 골동품들이 가득한 반면, 사랑채의 반지하는 접객과 휴식의 공간으로 한층 높고 넓게 개방되어 있다. 안채 마당에서 들어오는 햇살은 현대식 가구들로 채워진 새하얀 부엌을 곱게 물들인다.
박나니 작가 puzzlet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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