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낳은 '아이돌'…NFT 사서 팬들이 직접 '투표'해서 뽑는다

박현영 기자 2022. 12. 4. 09: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백광현 모드하우스 부대표 "웹3.0 기반 '엔터 3.0' 시대 열겠다"
NFT 포토카드 사면 토큰 지급…토큰으로 아이돌 제작 위한 투표 참여
트리플에스 첫 유닛 'Acid Angel from Asia'. 모드하우스 제공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최근 케이팝 최초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인 '케이팝레이더'에서 블랙핑크를 꺾고 1위를 차지한 신인 걸그룹이 있다. 아이튠즈 US, 멕시코, 터키 케이팝 앨범 차트에서도 1위에 등극하는 등 첫 활동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트리플에스(tripleS)의 첫 유닛그룹 'Acid Angel from Asia(이하 AAA)' 얘기다.

트리플에스에는 시작부터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첫 유닛 AAA가 블록체인 기반 투표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대체불가능 토큰(NFT) 포토카드를 사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유틸리티토큰을 얻고, 이 토큰으로 블록체인 기반 투표에 참여하는 일련의 과정에 전 세계 팬들이 뛰어들고 있다.

트리플에스가 소속된 기획사 모드하우스는 이 과정을 '엔터 3.0'이라 부른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앨범만 판매하던 엔터 1.0, 아티스트와 팬 간의 소통이 시작된 엔터 2.0을 넘어 팬들이 NFT를 통해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는 엔터 3.0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데이터 주권을 가지는 '웹 3.0'에서 따온 말이다.

트리플에스는 내년 1월 전체 활동을 위한 타이틀곡을 투표로 선정하며 엔터 3.0 시대를 가속화한다. 유닛 멤버를 뽑는 투표뿐 아니라 타이틀곡까지 팬이 정하는 등 아이돌 제작을 위한 전 과정에 팬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트리플에스 AAA의 타이틀곡명처럼 엔터 산업의 새로운 '제너레이션(시대)'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NFT 사면 받는 토큰으로 투표…제작 전 과정이 '블록체인'

백광현 모드하우스 부대표.

백광현 모드하우스 부대표는 지난달 30일 <뉴스1>과 만나 웹 3.0 기반의 '엔터 3.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 부대표는 "케이팝 팬이 1억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아이돌 제작 과정에서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며 "투표로 아이돌을 뽑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기획사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블록체인이었다. 이를 위해 JYP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의 이사 출신의 정병기 대표와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의기투합했다. 또 웹드라마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소개팅 앱 '아만다' 개발사 넥스트매치(현 테크랩스) 출신의 백광현 부대표를 김서준 대표가 정병기 대표와 이어줬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고 백 부대표는 강조했다. NFT를 활용해 팬들이 IP를 소유하게끔 하고, 토큰이코노미를 활용해 제작 과정 내 투표에 참여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모드하우스는 이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켰다.

특히 단순히 수집품을 디지털화한 NFT가 아닌, 유틸리티(사용성)를 강조한 NFT를 제작했다고 백 부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기존 케이팝 엔터사들은 디지털수집품을 NFT로 만드는 경향이 강했다"며 "모드하우스는 유틸리티를 강조했다. NFT를 소유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아티스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팬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재 모드하우스는 트리플에스의 포토카드를 실물카드 및 NFT로 제작했다. 실물카드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팬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코스모(Cosmo)' 속 지갑에 NFT '오브젝트'로 추가된다. NFT의 속성에 맞게 각 오브젝트에는 고유 코드도 들어있다.

팬 참여형 애플리케이션 '코스모(Cosmo)'. 모드하우스 제공
트리플에스의 포토카드 NFT '오브젝트'. 트리플에스 트위터 갈무리

실물카드와 NFT를 함께 제작한 이유에 대해 백 부대표는 "케이팝 팬들이 가장 수집하기 좋아하는 게 포토카드다. 실물 포토카드를 모으는 팬들도 많기 때문에 두 가지 버전을 함께 제작했다"며 '추후에는 NFT의 속성에 맞게 '희귀도(Rarity)' 등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NFT 포토카드가 고정가로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고정가로 판매되는 NFT는 '퍼스트 클래스' NFT에 해당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NFT는 희귀도를 적용, 희귀한 NFT일수록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이에 모드하우스도 더블 클래스, 스페셜 클래스 등 희귀도를 적용한 NFT나 한정판 NFT도 제작할 예정이다.

백 부대표는 "브랜드와 협업해 한정판으로 제작하는 더블 클래스 NFT와 앨범을 사서 받거나 음악방송, 팬사인회 등에 참석하면 받을 수 있는 스페셜 클래스 NFT도 제작한다"며 "이외 슈퍼 스패셜 클래스 등 여러 클래스의 NFT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FT를 소유하면 유틸리티토큰인 '꼬모(COMO)'를 받을 수 있다. 퍼스트 클래스 NFT를 하나 소유하면 1꼬모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꼬모는 곧 투표권이다. 유닛 그룹을 뽑는 투표,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투표 등 꼬모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 투표로 트리플에스가 제작된다.

꼬모에 대해 백 부대표는 "오브젝트, 즉 NFT를 민팅(발행)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유틸리티토큰으로, 이 토큰을 사용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며 "꼬모는 투표권을 행사하면 사라지지만, NFT는 계속 남아 수집 가능한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첫 투표인 '그랜드 그래비티'에선 NFT 보유자 중 절반 정도가 참여했다고 백 부대표는 밝혔다. 첫 투표를 통해 첫 유닛 그룹 AAA가 탄생했고, 이 유닛이 계속 유지될지는 앨범 판매량에 따라 결정된다. 사실상 그룹의 탄생부터 유지까지 팬들이 결정하는 셈이다.

특히 1일에는 타이틀곡을 결정하는 '이벤트 그래비티'가 열린다. 트리플에스는 2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까지 9명이 공개됐다. 1년에 한 번은 지금까지 공개된 멤버들이 다함께 활동하게 된다. 내년 1월 다함께 하는 활동에 쓰일 타이틀곡을 꼬모를 통한 블록체인 기반 투표로 팬들이 직접 선정하는 것이다. 백 부대표는 "유닛 그룹뿐 아니라 음반 제작 과정 전반에도 팬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리플에스의 타이틀곡을 토너먼트 방식으로 선정하는 투표 '이벤트 그래비티'. 모드하우스 제공

◇팬들이 오히려 블록체인 공부…'트리플에스'가 이룬 혁신

현재까지 공개된 트리플에스 멤버들. 모드하우스 제공

엔터 산업에 NFT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는 늘고 있지만, 트리플에스는 모든 제작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쓴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차별성에 팬들도 특히 공감하고 있다.

백 부대표는 "트리플에스의 경우 오히려 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고, 그룹의 콘셉트에 따라와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간 엔터사들이 NFT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 팬들이 반발하거나 기술적 진입장벽으로 인해 NFT를 구매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와 달리 트리플에스는 시작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콘셉트를 시도하다 보니, 오히려 팬들이 이를 공부하고 활발하게 시도한다는 것이다.

백 부대표는 "팬들 중 90~95%가 NFT를 처음 사는 경우다. 처음에는 포토카드가 예뻐서 샀는데, 지금은 폴리곤 스캔(폴리곤 블록체인 탐색기)에 가서 투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까지 하는 팬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크립토(가상자산) 이용자들에게도 트리플에스를 활발히 소개해 크립토 세계에 이 프로젝트가 더 많이 알려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NFT 프로젝트들의 특징을 파괴한 것도 차별점이 됐다. 가상자산이 아닌 원화 결제로도 NFT를 살 수 있도록 한 점, 첫 NFT는 고정가격으로 판매하기로 한 점 등은 모두 기존 NFT 프로젝트들의 특징을 파괴한 것이다.

다만 웹3 생태계만의 장점은 챙겼다. NFT 교환 시 폴리곤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거래기록을 찾아보거나, 투표의 투명성을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크립토 이용자가 많은 디스코드에 팬 커뮤니티를 구축하며 웹3 생태계만의 고유한 특징은 살리기도 했다.

백 부대표는 "기존 소셜미디어가 아닌 디스코드에서 팬들이 소통하게끔 하는 것도 웹3 세계를 개척하려는 시도"라며 "기존 NFT의 문법을 파괴하면서도 NFT의 유틸리티적인 측면을 강조해 팬들이 직접 만드는 아이돌 그룹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yun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