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과 ‘체 게바라’ 정읍 황토현서 만나다…세계 혁명도시 연대회의 개최
전북 정읍은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의 횃불을 밝힌 시발지다. 농민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권력에 저항해 죽창을 들었다. 한국근대사의 서막을 민중들의 힘으로 열었던 동학농민혁명은 올해 128주년을 맞았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둥지를 튼 정읍 황토현에서 올해 의미 있는 행사가 열린다. 세계 농민혁명의 도시들과 함께 그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는 혁명도시간 연대의 장이 마련되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128주년을 맞아 4일부터 3일동안 정읍 황토현에서 제1회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남미의 민중혁명을 상징하는 영원한 청년 체 게바라의 도시 알타그라시아, 고단한 역사를 거쳐온 아일랜드의 더블린, 농민전쟁 500주년을 맞이하는 독일의 뮐하우젠, 중국의 옌안, 일본 삿포로 등 세계 5개국의 농민혁명 활동가들이 초청되는 행사다.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남미의 전설적인 혁명가인 체 게바라의 친 조카인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다. 그는 이번 정읍 국제포럼에서 발제를 맡았다. 마틴 게바라 두아르테는 체 게바라의 다섯 형제 중 막내인 후안 마틴의 장남이다. 현재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등에서 게바라 연구가이자 작가로 활동중이다.
아일랜드 독립투쟁의 현장인 더블린에서는 시립도서관 부관장인 브랜든 틸링이 참석해 더블린의 저항정신과 기념사업을 발표한다. 독일 뮐하우젠에서는 독일농민전쟁 500주년이 되는 2024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 뮐하우젠 박물관의 연구사인 크리스티나 페로가 참석해 강연한다. 일본은 홋카이도의 저항정신과 마츠리에 대해 삿포로 대학의 젊은 연구자인 요코시마 고지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포럼에 앞서 이학수 정읍시장과 해외에서 건너온 참석자들은 황토현에 서 있는 전봉준동상과 동학농민군 군상에 헌화하고 혁명도시간의 연대선언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이학수 정읍시장은 동학농민혁명이 정의와 민주를 바로세우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세계의 혁명도시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도시간 연대를 추진할 것을 선언한다. 정읍시는 이번 연대회의를 기점으로 세계 혁명도시들과 공식적인 교류를 시작하며 장기적으로 이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가 각 도시를 순회하며 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읍시는 이번 국제포럼을 통해 정읍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을 혁명정신의 세계적 확산과 도시간 연대라는 새로운 가치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을‘추모와 위로’ 중심에서‘희망과 미래’를 향한 메시지로 전환하겠다며 이번 국제포럼 역시 소수 연구자들의 학문적 잔치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이‘동학란’으로 불리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1960년대부터 기념사업을 선도하며, 국가기념일 제정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 중심지로서 역사적인 역할을 해왔으나 이제는 기념사업 자체가 새롭게 혁신해야 하며, 이번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가 이러한 사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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