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창작의 언덕에 오르는 인공지능

정혜경 기자 2022. 12.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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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음악, 글쓰기까지…창작 영역에 뛰어든 AI

AI 창작자의 시대  

같은 곳을 맴도는 지구인의 슬픔에 대해 생각했다 
지구는 둥글다고 믿는 사람들이 사는 곳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길을 잃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메타버스」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구(球)체인 지구의 동그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실물 지구와 전혀 다른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의 특징을 절묘하게 묘사한 시로 보입니다. 무궁무진하게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 앞에 갈 길을 잃은 현대인의 초상도 얼핏 엿보이고요. 누가 쓴 시냐고요? 바로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한 시 쓰는 AI, ‘시아’의 작품입니다. 그럴듯하죠?
 
모이고 쌓여 성장을 도모하는 건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카카오브레인이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협업해 만든 ‘시아’는 인터넷 백과사전과 뉴스 등을 읽으며 한국어를 습득했고, 약 1만 3천여 편의 시를 읽고 작법을 배워 시를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쓴 시 가운데 쉰세 편을 추려 지난 8월 「시를 쓰는 이유」를 표제작으로 시집도 출간했습니다. 포트폴리오가 있는 기성 작가가 된 겁니다.

요즘 ‘핫’하다는 인공지능 그래픽 생성 서비스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핫한 게 참 많은 세상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회사인 ‘오픈 AI’가 만든 달리2(DALL-E 2)와 동명의 인공지능 연구소가 직접 만든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서비스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요.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머신러닝한 기계가 텍스트로 구성된 사용자의 명령어(prompt)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6월입니다. 온라인 게임 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제이슨 앨런이라는 사람이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출품했는데(아래), 이 그림이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짐작하신 대로, 미드저니로 만든 그림이었습니다. 상금은 300달러, 우리 돈 약 40만 원에 불과했지만 금액보다 더 큰 논쟁이 불거졌습니다. 

인공지능이 생활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쓰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창작’에 성큼 들어서고 있습니다.

제이슨 앨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이것을 인간의 지적 창작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떠오른 겁니다. 현재도 이 논쟁은 이어지고 있고요. 물론 발상부터 착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생산한 작품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제이슨 앨런은 미드저니에서 명령어를 입력해 결과물로 나온 이미지에 키워드를 조금씩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는데요.
 
태블릿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미술 작품을 출품하는 ‘디지털 아트’ 부문이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동원된 AI를 새로운 창작 활동의 ‘도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또는 창작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체’로 구분 지을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본격 불거진 겁니다.

저도 혹여 디지털 아트 대회 출품작을 만들 수도 있지 있을까 하는 웅장한 포부를 품고 이미지를 생성해보았습니다. 디스코드 서버를 사용하는 미드저니에선 각 개인의 창작물이 같은 채널을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됩니다. 신규 이용자는 이미지 25개까지 무료로 생성할 수 있는데 그 이후부터는 유료 구독을 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채팅창에 슬래시(/)를 입력하고 imagine을 치면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뀝니다. 영어만 인식할 수 있으므로 조합을 원하는 단어들을 해시태그 입력하듯 콤마로 병렬해줍니다. 어떤 이미지를 만들지 고민하다 <여성(female), 기자(journalist), 아시안(asian), 트렌드에 대해 글을 씀(writing about trends), 통찰력 있는(insightful), 방송기자(broadcaster)> 키워드를 입력했습니다. 통찰력 부분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건 티가 나나요?
 
비슷한 구도의 학습된 여러 이미지들이 생성됩니다. 이 이미지들을 정교하게 묘사하거나,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로 조합할 수 있는 버튼, 또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아예 다른 버전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셔플 버튼도 있습니다. 갖가지 경우의 수를 조합해 원하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를 골라낼 수 있습니다.

AI 미드저니가 만든 '30대 아시아인 여성 기자' (통찰력 있는)


가장 많이 알려진 이 서비스들 외에도 국내외 기업들은 너도나도 AI 창작 시장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시아'를 개발한 카카오브레인은 물론 지난해 4월 네이버는 누구든 스토리만 있다면 직접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웹툰을 제작할 수 있게 이미지 콘텐츠를 지원하는 오토 드로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3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학습시켜 자동으로 채색할 수 있도록 돕는 ‘웹툰 AI 페인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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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기자choi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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