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이상률 “추격형 우주개발 성공…정답 없는 미래 준비할 때”

구경하 입력 2022. 12. 4. 09:00 수정 2022. 12.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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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인터뷰
"다누리, 한국 우주 탐사의 길잡이"
"발사체 없이 우주 개발 성과 낸 유일한 나라"
"추격형 개발 성공…정답 없는 미래 준비해야"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오는 17일,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가 달 탐사를 처음 선언한 2007년 이후 15년 만의 일입니다.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국 달 탐사 도전의 중심에 선 인물이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입니다. 인공위성 전문가인 이상률 원장은 정부가 달 탐사를 처음 선언한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로드맵'에 관여했고, 2008년 한국의 첫 달 탐사선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후 항우연 달 탐사 사업단장을 거쳐, 원장으로 현재 달 탐사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에 도전하는 한국 우주 개발 수준에 대해,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형 우주 개발에 성공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정답 없는' 우주 개발을 준비해야 일부 분야에서라도 우주 선진국을 넘어서 도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원장에게 15년에 걸친 한국의 달 탐사 도전기와 미래 우주개발에 대한 통찰을 들었습니다.

Q.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순항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누리의 여정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달은 지구에서 38만 4,400km 떨어져 있는 우주이죠. 다누리는 지구를 벗어난 우주 탐사의 첫 걸음이고, 이걸 계기로 이제 저희들이 '심우주 탐사도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이 길을 연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누리의 과학 임무를 위한 탑재체들, 또 무게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달로 가는 새로운 궤적 기술을 확보했고, 또 멀리 가는 동안 통신 문제를 극복한 것이 제일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Q. 2008년 직접 달 탐사선 계획을 수립하셨는데요, 처음 구상과 비교하면 지금 다누리는 어떻습니까?

A. 우주 개발은 항상 머릿속 생각하고 현실이 좀 차이는 있을 수 있지요. 약간 아쉬운 것은 당시에는 우리가 좀 더 큰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랐는데, 거기에서 좀 후퇴한 느낌이 있어요. 그때 위성 분야에선 탐사선 설계와 개발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발사만 해결되면 우리는 분명히 달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달 탐사선이 가면 무엇을 할 것이냐, 우리만의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냐를 많이 얘기했거든요.

사실 제가 그때 달에서 귀환까지 한번 해보자고 샘플귀환선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전혀 고려가 안 됐고, 평범한 선에서 궤도선을 만든 것은 조금 아쉽죠. 그래도 미국의 영구음영지역 카메라를 비롯해서 다누리가 의미 있는 과학 탑재체를 가진 건 좋은 점입니다. 해외에서 하지 못한 틈새를 메우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평가하는 건, 한국이 우주개발에 후발로 들어와서 실질적인, 그것도 아주 초보적인 게 아니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는, 현재까지 유일한 국가라는 겁니다. 1980~90년대 우주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나라 중에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를 개발하고, 달 궤도선을 보낸 나라가 사실은 우리 하나밖에 없어요. 일본이나 중국, 인도는 본격적인 우주 개발을 하기 전에 자체 발사체를 다 가지고 있었던 나라거든요. 우리가 7위권이라고 얘기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런 숫자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고요.

한국 정부가 달 탐사 목표를 처음 밝힌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로드맵


Q. 우주 개발 후진국인 우리나라가 달 탐사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2007년 달 탐사 선언은 어떻게 나왔나요?

A. 우주개발진흥법을 만들고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2007년 6월에 나왔어요. 그때 계획 기간이 2007년부터 2016년이었거든요. 그 당시 (김우식) 과기부 장관이 우주 개발에 10년은 너무 짧으니 이걸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우주기술개발사업 세부실천로드맵'을 같은 해에 만들었어요. 저는 그때 위성 분야 대표로 들어가서 작업을 했는데, 실무 작업을 하는 저희들도 달 탐사 계획은 몰랐어요.

마지막에 2007년 11월에 실무반 의견을 다 모아서 정부가 최종적으로 로드맵을 만들었을 때 달 탐사 계획을 공표한 거예요. 그래서 달 탐사 계획은 정부 수준에서 선언적으로 들어온 거예요. 우리가 '달 탐사를 하자'라고 실무에서 건의했던 게 아니에요.

자세한 내용도 없었습니다. '2020년에 달 궤도선, 2025년에 달 착륙선을 한다'가 끝이었어요. 2007년에 일본은 카구야(셀레네), 중국은 창어 1호를 달로 보내면서 아시아에서 달 탐사 경쟁이 있었어요. 정부도 그래서 넣었을지도 모르죠.

Q. 이듬해 항우연 차원의 달 탐사선 계획을 직접 발표하신 바 있습니다. 첫 우주 탐사에서 가장 고민한 문제가 무엇이었나요?

A. 정부의 선언이 있었고, 미국이 국제 달 탐사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한국에 참여를 제안했어요. 항우연에서 저는 다목적 실용위성 5호 단장을 하던 시기였는데, 원장님이 달 탐사 TF를 맡기셔서 67명의 연구원과 함께 달 탐사 계획을 총괄하게 됐죠.

달 탐사 계획에서 첫 번째 나온 질문은 발사를 어떻게, 뭐로 할 거냐였습니다. 한국형 발사체를 사용할 거냐, 아니면 해외 발사체를 쏠 거냐에 따라서 달 탐사선의 규모가 굉장히 차이가 날 수 있어요. 당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조심스럽게 준비되던 상황이었는데, 정부 의견은 '역사적인 이벤트를 하는데 당연히 우리가 발사체를 개발하면 우리 발사체로 우리 달 탐사선을 하는 게 맞지 않겠냐'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까 규모가 작은 대신에 문제 자체가 굉장히 명확해졌죠.

2008년 8월 우주개발진흥전략 심포지엄에서 이상률 당시 TF팀장이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한 모습


그래서 발사체 담당에게 한국형 발사체로 달로 보낼 수 있는 무게를 물었는데, 당시 3단 발사체에 고체 로켓을 더해서 그 위에 달 탐사선을 올리면 550kg 달 탐사선을 보낼 수 있다고 했어요. 그 숫자가 그렇게 정해지고 지금까지 계속 왔습니다.

그런데 좀 안타까운 것은 2008년은 한국형 발사체가 설계도 되기 전이잖아요. 굉장히 정확하지 않은 숫자로 탐사선 목표 중량을 가정한 거예요. 그런데 누리호가 개발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만일 고체연료를 이용하면 사실 550kg이 아니라 730kg까지 늘어났어요. 차세대 발사체는 1.8톤 정도의 착륙선을 달로 보낼 수 있습니다.

Q. 2020년 목표였던 달 궤도선 발사 일정은 수차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다 2022년 발사됐습니다. 우주 정책의 추진 과정을 되돌아본다면 어떤가요?

A. 우리가 달 탐사선 개발을 장기적으로 쭉 끌어올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부분은 좀 아쉽죠. 하나의 원인만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2008년도에 그렇게 달 탐사를 준비했는데, 2009년도에는 정부에서 아예 달 얘기는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였어요. 항우연 차원에서 연구를 이어갔는데, 중간에 조직 변화가 있어서 시행착오도 있었고요.

2016년에 정부가 달 탐사선 사업을 추진할 때도 사실 그게 현실적인 계획은 아니었어요. 2018년 발사하겠다고 했는데, 설계도 없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정이었어요. 2년 연기를 했는데도 현실적인 여러 문제가 있어서 또다시 연기됐죠.

2008년도부터 작은 예산이라도 단계적으로 지원했다면 2020년, 2022년에 달 궤도선 만드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불가능했다는 생각은 더더욱 안 합니다.


Q. 다음 목표는 2032년 달 착륙선입니다. 추가로 개발해야 할 기술은 무엇인가요?

A. 달로 탐사선을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우리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누리호의 개발 경험이 있어서 나머지 부분은 유사할 것이라고 보는데, 새로운 엔진을 만들기 때문에 거기에 조금 많은 노력이 들어갈 것 같고요.

착륙선 자체는 궤도선에서 설계가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인도나 이스라엘도 결국 마지막에 달 착륙에 실패했는데, 연착륙하는 기술이 제일 어려울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그걸 극복해내야겠죠.

Q. 누리호 성공 이후 민간 기업으로 기술 이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간 우주 개발 시대, 항우연과 민간 기업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A. 개인적으로 산업체가 원하는 영역이 있고 적정하다면, 그 부분은 산업체로 다 넘기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업체가 하지 못하거나, 하기 싫어하거나, 국가가 필요로 하는 미래 기술과 첨단 기술은 저희 같은 연구기관이 해야겠죠.

지금 항우연에서 하는 개발의 많은 부분은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산업체 영역이에요.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민간 기업에서 그걸 하겠다고 하고 정부의 정책이 정리된다면, 다 넘길 생각입니다.

발사를 위해 다누리를 미국으로 이송하기 전, 항우연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한 모습


Q. 다누리의 달 탐사로 우주 탐사가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우주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지난 30년의 우주 개발은 모델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시작할 즈음에는 선진국이 한 발사체, 저궤도, 관측 위성이 있었고, '우리도 해보자, 우리도 과연 할 수 있을까' 가 목표였는데요. 저는 그게 우주 개발의 1단계라고 봅니다.

추격형으로 1단계를 나름 성공했는데요, 이제 우리가 2~30년 후를 뭔가 미리 준비하려고 하면 이제는 정답이 없는 거죠. 2단계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미국의 아폴로 계획처럼, 선언해놓고 국가의 총력을 들여서 단기간에 많은 예산을 넣는 방법도 있죠. 그런데 저는 우주 탐사나 우주 개발을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당장 어떤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전문 조직의 인원을 활용해서 장기적으로 기초연구와 개발을 준비하는 축이 하나 더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들어가지 않으면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데, 저는 그건 좀 위험하다고 봅니다. 30년 후의 기술을 상상하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감당할 수 있고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예산을 정하고, 그 예산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전체적으로는 한계가 있더라도 부분적으로는 해외 우주 선진국을 넘어서는 결과를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Q. 원장님은 1세대 우주공학자로서 발사체 분야에서 시작해서 위성으로, 달 탐사로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최전선에 항상 자리하셨습니다. 개인 차원의 다음 구상도 궁금합니다.

A. 이제 그만 둘 때가 된 거 같아요. (웃음) 다음은 그만하는 거죠. 저는 한 걸음 물러나서 다른 분들이 하시는 거 열심히 응원하고요. 혹시나 젊은 친구들에게 제가 가진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KBS 다누리 특집 페이지 '다누리 MOON을 열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에서 더욱 풍부한 다누리 관련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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