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쇼팽 콩쿠르 우승, 중국 클래식스타의 추락

▲ 〈시사기획 창 ‘K클래식은 없다’ 중에서〉

2000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18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그야말로 화려하게 등장한 중국의 피아니스트 윤디 리.

세계적인 팝스타와 TV 광고를 찍을 정도로 클래식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기를 누렸지만, 2015년 내한 공연에서 실수를 연발하다 연주를 중단하고 사과 없이 공연장을 떠나 구설에 오르더니, 2021년에는 성매매를 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붙잡혔습니다.

이 슈퍼스타의 추락은 우리 음악 교육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합니다.

더 빨리, 더 많이, 콩쿠르에 입상하는 것이 어떻게 교육의 목적일 수 있겠냐는 겁니다.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관객들은 사실은 한 명의 스타를 원하는데요. 예술교육은 그 한 명이 아니라 나머지를 위한 예술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공연예술의 특징을 잘 이해를 하면서 가장 건강하게 교육받은 재원들이 사회로 나가서 그것을 또 후세대에게 전해줘야 되는 것이거든요."

타베아 치머만/한스 아이슬러 음대 교수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고 싶어 하는 음악인들에게 저는 얼마나 진실한지 묻습니다. 남과 다르다는 건 자질이 될 수 없어요. 정말로 작곡가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는 남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합니다. 우리는 음악에 있어 겸손해야 합니다. 음악과 대치하는 게 아니라요."

강수연/한스 아이슬러 음대 조교
”결국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게 음악가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예술은 다양하기 때문이죠. 예술가로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겠죠. 성공은 다른 이야기지만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반짝 스타에 그칠 지, 거장으로 성장할 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K클래식이란 말은 아직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피터 폴 카인라드/국제콩쿠르세계연맹 의장
"K클래식이란 용어를 너무 많이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K클래식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장르를) 클래식에 국한시키고 있으니까요. 클래식이라는 건 하나의 스타일이자 특정한 시기에 한정되는 음악이죠. 따라서 다음 단계는 완전한 음악인, 즉 360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음악인을 양성하는 것일 겁니다. 이것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 겁니다.“

K클래식에 열광하기에 앞서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라는 지적, 여기에 훌륭한 '음악가'는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신경식/한스 아이슬러 음대 학생(24살)
“일개 비올리스트가 가질 꿈 치고는 너무 원대한 꿈이긴 한데, 제 음악으로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고 좀 더 친절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콘라드 마리아 엥겔/한스 아이슬러 음대 교수
“제가 아는 음악가 중 인종차별주의자 혹은 다른 식의 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결코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음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음악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K클래식의 실체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소박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재민/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17살)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이게 안 즐거우면 약간 고문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거를 뭐 몇 시간씩 잡고 평생을...끝이라는 게 없잖아요, 사실 음악은. 그런데 그거를 정말 평생 하루도 안 놓고 하는 거는 안 좋아하면 고문일 것 같아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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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시: KBS 1TV 2022년 11월 29일(화) 밤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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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