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째 경기를 자축한 메시, 월드컵 토너먼트 굴레도 벗었다
아르헨티나와 호주가 카타르 월드컵 16강에서 맞붙은 4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으로 가는 길엔 길잡이가 필요하지 않았다. 경기장으로 가는 복잡한 길목마다 하늘빛 물결이 흘렀다.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는 이 색깔로 뭉친 팬들은 경기 시작 4~5시간 전부터 목놓아 응원가를 부르며 걸어갔다. 두 손으로 박수를 치고 높이 흔들며 걸어가는 기세에 억세기로 소문난 호주팬들도 힘을 못 썼다. 4만 5032명이 입장할 수 있는 관중석도 대부분 아르헨티나 팬들로 채워졌다.
아르헨티나의 한 팬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승리, 그리고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바람이 하늘에 닿았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와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의 연속골을 묶어 호주를 2-1로 꺾었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유독 메시의 골을 바란 것은 이날 경기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프로에 데뷔한 메시는 이날 전까지 999경기에서 788골 345도움을 기록했다. 그가 전 소속팀 바르셀로나(778경기)와 현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53경기)에서 소화한 경기에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A매치 169경기를 더하면 꼭 1000경기가 된다.
메시는 A매치 94번째 골로 자신의 1000번째 경기를 자축했다. 그는 전반 35분 페널티지역을 파고든 뒤 수비수 셋 사이로 가볍게 밀어넣는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의 이름을 외치면서 발을 굴러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었다.
메시는 “오늘 승리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메시의 미소에는 자신의 굴레를 하나 벗어던진 후련함도 느껴졌다.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5번의 월드컵에서 총 10골 6도움을 기록하고 있는데, 토너먼트 득점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조별리그에선 선전했지만 극심한 견제에 시달린 토너먼트에선 침묵한 탓이다.
메시가 21세기를 넘어 최고의 축구 선수로 불리면서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나 브라질 펠레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특히 월드컵 같은 큰 무대 우승이 없는 메시는 두 차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다 2021 코파 아메리카 우승으로 갈증을 풀었다.
메시는 월드컵에서 마지막 춤사위를 다짐하고 있다. 만약 메시가 결승까지 올라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독일의 로테어 마테우스(61)가 보유하고 있는 월드컵 최다 출전 기록(25경기)도 경신하게 된다. 메시는 현재 현역 선수로 가장 많은 23경기를 뛰었다.
메시의 다음 상대는 이날 미국을 3-1로 꺾은 네덜란드로 결정됐다. 두 팀은 10일 오전 4시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4강 티켓을 다툰다.
알라이얀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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