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저우 사태’에 속끓는 애플, 中 떠날 채비 가속화

애플이 제품의 주요 생산국가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다는 ‘탈(脫)중국’ 계획을 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최근 협력업체들에 중국이 아닌 인도와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생산을 더 늘려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애플 분석 전문가인 TF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현재 한 자릿수인 인도의 애플 제품 생산 비율이 장기적으로 40~4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애플이 생산국가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최근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발생한 인력 이탈과 소요 사태 때문으로 추정된다. 폭스콘이 운영하는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로,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그런데 지난달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공장이 봉쇄되자 현지 노동자들이 대거 반발·탈출하면서 최근 심각한 인력난에 빠졌다. 이에 올해 아이폰 프로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게 되자 애플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탈중국 계획이 실현된다면 중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콘은 지난 2019년 정저우 공장 한 곳에서만 320억달러(약 41조6000억원) 상당의 제품을 수출했다. 지난해 중국 전체 수출에서 폭스콘이 차지하는 비율은 3.9%였다.

다만 인도나 베트남에 애플 기술팀이 다양한 부품 제조업체들과 연계해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WSJ는 전했다.

단순히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이라면 인도나 베트남 생산 공장은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도와 베트남의 생산 환경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베트남은 노동력이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정저우 공장 한 곳에서만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중국처럼 대규모 생산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인도의 경우 당국의 각종 지원을 받는 중국과 달리 지역 정부의 복잡한 규제로 인한 제약이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