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인생, 방향을 바꿔놓은 '딱 한 골' [대표팀 초점]

이재호 기자 2022. 12.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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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후반 추가시간 1분. 손흥민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황희찬의 골이 터진다.

축구는 결국 '골'에 좌지우지 되는 스포츠이지만 황희찬의 이 한골은 특히나 많은 이들의 평가와 인생을 바꾼 단 하나의 골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모든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은 바로 그 순간.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3일 오전 0시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이 터지며 2-1로 승리해 기적같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한국은 6일 오전 4시 피파랭킹 1위인 브라질과 맞붙는다. 2018년 독일도 잡았고 2022년에는 포르투갈도 잡았는데 브라질이라고 못할게 없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황희찬의 골은 정말 모든 것을 바꿔놨다. 만약 그 골이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1-1로 비겼다고 가정해보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해보자.

한국은 2무1패 H조 4위로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우루과이가 1승1무1패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을 것이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며 눈물 대신 행복한 미소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EPL MVP와 득점왕을 차지하고 전설적인 트리오인 MSN의 멤버였던 수아레즈의 월드컵은 2010 16강에서 한국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고 2022 월드컵에서 종식시켰다.

한국 대표팀의 운명은 어땠을까. 조 4위 2무1패의 성적은 '실패'다. 경기력이 좋았고 빌드업이 통했다는 '과정'은 16강 실패와 1승도 못한 팀이라는 '결과'아래 묻혔을 것이다. 축구 대표팀은 심각한 비판 속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는 '결과론'에 입각하기에 결국 한국은 3경기 중에 1승도 하지 못한 팀으로 비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대한축구협회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벤투에게 4년반이나 맡기면서 얻은 결과가 월드컵 2무1패라는 성적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승2패를 기록한 2018 월드컵 이후에도 사실상 사과의 기자간담회를 열었을 정도인데 더 못한 성적인 2무1패에 대해서는 더 큰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그대로 계약종료와 함께 비난 속에 대표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벤투 개인도 한국을 통해 다시 유럽 중심부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연합뉴스

선수 개개인도 이 한골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일단 골을 넣은 황희찬을 보자. 황희찬은 부상으로 인해 1,2차전에 결장했다. 주전으로 여겼던 황희찬이 나오지 못하면서 그에 대한 비난이 높았다. 만약 득점하지 못했다면 황희찬은 비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부상을 이겨내고 출전이 불가능한 몸상태로 한국을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게 됐다.

손흥민 역시 황희찬에게 연결한 결정적인 도움이 아니었다면 역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뛰는 투혼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1,2차전 경기력은 분명 아쉬움이 컸던 손흥민이었다. 이날 경기도 좋은 활약은 보였으나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결국 결정적 순간의 골과 활약이었다. 만약 황희찬의 골을 돕지 못했다면 손흥민의 투혼은 퇴색되고 손흥민은 또다시 2014, 2018년에 이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또한 2무1패 16강 진출 좌절의 성적을 받아든 한국 축구는 4년반동안 외국인 감독에게 맡긴 첫 사례, 그리고 빌드업 축구라는 같은 철학으로 쭉 해오는 것에 대한 의구심과 비난 속에 아예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하는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나아가야할지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가정들은 황희찬의 '그 골'로 인해 사라졌다. 실패와 성공은 단 한 골로 갈렸다. 축구에서 골은 중요하지만 3-1 승리에서의 추가골과 이렇게 후반 추가시간 승리로 만드는 골의 의미는 분명 다르다.

이번 황희찬의 골만큼 모든 이들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골이 또 있을까.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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