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영화도 이렇게 짜면 욕먹는다” 벤투의 치밀했던 ‘90분의 각본’

정지훈 기자 2022. 12. 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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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지훈(카타르 도하)]


“선배! 영화도 이렇게 짜면 욕먹을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네요.” 카타르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한 후배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16강 진출이 영화처럼 연출됐다. 과연 운이었을까? 기적이었을까? 아니다. 벤투호는 치밀하게 전략을 짰고, 벤투 감독은 90분간의 각본을 썼다. 모두가 만든 합작품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승점 4점이 되며 우루과이와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 앞서 16강 티켓을 극적으로 따냈다.


경기 전에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유럽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무조건 승리를 한 다음,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승리한다고 해도 가나가 승리하거나, 우루과이가 대승을 거두면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려도 컸다. 공수의 핵심인 황희찬과 김민재가 부상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고, 큰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작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16강 진출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경기력이 살아났고,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에 들어간 황희찬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이후 우루과이-가나전의 추가시간 8분이 지났고, 한국이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획득했다.


누군가는 기적이라 불렀다. 그러나 벤투호의 생각은 달랐다. 철저하게 계산하고, 잘 짜인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퇴장 징계로 벤투 감독을 대신해 포르투갈전을 지휘한 세르지우 코스타 코치는 “우리는 너무 훌륭한 팀이다.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있고, 우리는 어려운 상대다. 우리가 잘 짜놓은 전략을 제대로 하고자 했고 색다른 전략을 펼치고자 했었다. 우리 전술이 잘 반영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 전략을 제대로 잘 펼쳤기 때문에 우리가 더 강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세 번의 경기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미리 짜놓은 전략이 통했다고 했다.


벤투 감독과 세르지우 코치는 경기 전 이미 모든 전략을 짜놓았고, 계획대로 진행했다. 세르지우 코치는 “벤투 감독과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전략을 세워놓고 경기에 임했다. 수비나 공격에 대한 전체적인 전략만 짰고, 세부적인 사항에 맞게 경기를 진행했다”며 승리의 비결을 전했다.


분석 또 분석이었다. 포르투갈 출신 감독과 코치진이 있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의 세부적인 정보를 알 수 있었고, 장단점을 분석해 전략을 짰다.


세르지우 코치는 “16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비관적인 사람들도 있고 낙관적인 사람들도 있다. 우리 팀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었고 상대 팀의 강점과 약점을 다 분석했다. 그래서 우리가 다음 단계, 16강으로 갈 수 있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16강으로 향하는 경기를 집중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벤투 감독은 벤치에 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치밀한 90분의 각본을 준비했다. 이강인이 선발로 나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했고, 이재성이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포르투갈의 공격을 봉쇄하는 동시에 빠르게 공격을 시도했다. 김민재가 없는 공백은 권경원과 정우영을 통해 최소화시켰다.


가장 빛났던 전략은 후반에 있었다. 부상으로 인해 2경기 연속 결장했던 황희찬을 깜짝 카드로 준비했고, 가장 필요한 순간 꺼내들었다. 그리고 황희찬은 믿음에 보답했고, 가장 중요한 순간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후에는 조유민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결국 승리를 지켜냈다.


벤투 감독이 잘 짜놓은 전략과 전술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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