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혁명이 사라졌다”…서학개미가 주목해야 할 에너지株 [강인선의 자본추]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2. 12. 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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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에너지주 주가흐름 분석해보니
EQT·데본에너지·셰브론 등 5개 종목 견고
“내년 유가 지금수준 유지…주주환원책 주목”
[EPA연합뉴스]
7년전 유가 급락을 불러온 ‘셰일가스 혁명’이 무색하게 올해 내내 100달러 사이를 오간 국제 유가. 덕분에 미국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올해 에너지주 투자자라면 흐뭇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 3분기부터 유가가 눈에 띄게 하락하다 최근에는 80달러선에서 횡보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을 계속 보유해야힐지, 팔아야야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연말 주가 흐름이 긍정적이었던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왜 하필 지난해 연말일까요? 유가가 지금과 비슷한 80달러 선을 오간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유가 수준이 비슷해 기업들이 거두는 이익 수준도 유사할테니 이때 어떤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 모멘텀을 얻었을지를 참고하기 위해서겠지요.

월가에서는 이 당시 에너지 기업들 가운데서도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거나,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 수혜를 받은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렸다고 분석했어요. 우선 원유, 원유의 대체재라 할 수 있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들의 가격 흐름과 향후 전망부터 살펴볼까요?

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연초 대비 25~30% 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80.77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가격이 120달러선을 뚫고 올랐던 것에 비하면 33% 가량 떨어진 가격입니다. 지난달 하순에는 70달러선까지 유가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천연가스 역시 지난 8월 중순에는 1MMBtu(100만Btu)당 9.3달러에 거래됐지만 최근 가격은 7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내년 유가 연평균 85달러 전망

증권가에서는 유가가 상방(러시아-우크라이나 공급망 이슈, 겨울철 에너지 수요 증가, OPEC+의 감산) 압력과 하방 압력(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침체)을 모두 받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유가가 최근과 유사한 수준인 연평균 85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내년 WTI 가격 범위는 연평균 85달러로, 배럴당 70~1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유가 흐름이 미국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엑손모빌, 셰브론, EQT 등 에너지 원자재를 생산 또는 가공하는 기업들은 원유나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상승하면서 실적이 개선됩니다. 원유를 정제하는 기업들은 정제마진(원유를 매입해 석유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납니다. 재고 가치 상승으로 자산이 늘어나기도 하지요.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를 넘으면 이익을 내는 구간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실적이 꺾이면서 주가 흐름도 하락세를 그리게 되지요.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유가가 지금처럼 80달러 선을 오갔던 2021년 11월~2021년12월에도 주가 흐름이 좋았던 5개 에너지 주식의 특성을 분석했습니다. EQT·데본에너지·셰브론·파퍼시픽홀딩스·도리안LPG 등 5개 기업이었습니다. EQT는 주가가 5.8%, 데본에너지는 4.9%, 셰브론은 2.5%, 파퍼시픽홀딩스는 2.3%, 도리안LPG는 1.9% 상승했습니다. WTI는 같은 기간 배럴당 66달러에서 80달러까지 상승했고 천연가스는 1MMBtu 당 4.4달러에서 3.8달러로 하락했습니다.

배당 늘리고 자사주 사들이는 기업 주목

배런스는 이들 기업 대부분이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특성이 있었다고 분석했는데요.

미국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EQT는 올해 1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지난해 12월 선언했습니다. 이를 통해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할 때도 주가를 방어할 수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데본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배당금을 74% 가량 상향했습니다. 경쟁사들이 분기별 배당금을 고정할 때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것입니다. 셰브론 역시 자사주 매입을 늘림으로서 주주들에게 자본을 헛되이 사용하고 있지 않음을 부여줬다고 배런스는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연료 운송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늘어난 도리안LPG도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 회사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운반하는 22개의 대형 선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12월 특별한 배당정책 발표는 없었지만 지난 8월과 10월에 각각 주당 1달러씩의 비정기 배당 지급을 발표하기도 한 기업입니다. 팁랭크스에 따르면 현재 주당 배당수익률은 12.77%에 달합니다.

파퍼시픽홀딩스는 뚜렷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는 없었지만 지난해 수급 불균형으로 실적과 함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로 만드는 파퍼시픽홀딩스는 지난해 말 주요 시장에서 연료 수요가 올라가면서 지난해 3분기 기록적인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이 회사의 하와이 정유 사업장은 코로나19 봉쇄가 막 풀리기 시작하면서 수혜를 받았다고 하네요. 글로벌 공급망 병목은 올해 중반부터 서서히 완화되고 있으니, 수급 불균형만을 이유로 파퍼시픽홀딩스에 접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결론을 참고하면 ‘유가가 횡보하는 시기 에너지 기업은 결국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고서는 드라마틱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구나’하는 다소 우울한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에너지 주식이 아니더라도 자사주 매입 등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멘텀이 되니까요.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에너지 기업들은 수익을 내니, 꾸준한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기업들일 수 있겠다는 분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유가가 85달러선을 유지한다는 전망은 에너지 기업들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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