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포탄비 ‘경고’…대포를 미사일처럼 쏘는 무기, 우리 힘으로 만든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12.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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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렬로 늘어선 대포들이 지휘관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사격하고, 수많은 포탄들이 적진에 떨어지면서 일대를 초토화하는 화력전. 오랫동안 포병에 대해 사람들이 떠올리던 모습은 이처럼 무차별적이고 대규모로 진행되는 포격이었다.

이같은 모습은 현대전에서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건물의 특정 창문을 정확히 타격하는 순항미사일과 유사한 수준의 정밀도를 갖춘 포탄이 등장하면서다. 적은 수량으로도 적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정밀유도포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난 9월 21∼25일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군 관계자들이 정밀유도포탄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세계 최강 수준의 포병전력을 보유한 한국도 정밀유도포탄 확보에 뛰어들 태세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155㎜ 유도포탄을 국내연구개발로 확보하는 155㎜ 정밀유도포탄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심의, 의결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처럼 북한군이 화력도발을 감행하면 원점을 정확히 타격하고, 전면전에서는 핵심표적을 민간인 피해 없이 제거하는 무기를 한국군이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포탄 한 발로 전투의지 꺾는다

포병이 사용하는 155㎜ 탄약의 중요성은 냉전 종식 이후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9.11 테러 직후부터는 대테러 장비가 주목받으면서 포탄 생산은 각국 군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정밀유도포탄이다. 위성항법장치(GPS)·관성항법장치(INS)를 통합한 복합항법장치, 유도제어장치, 구동장치, 비행 안정성 유지를 위한 꼬리날개결합체 등으로 구성된다. 명중률을 유도미사일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인 ‘스마트 포탄’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레이시온이 만든 M982 액스칼리버 포탄이다. 2007년 이라크전쟁에서 처음 쓰인 엑스칼리버 포탄은 최대 사거리가 50㎞에 이른다. K-9보다 사거리가 짧았던 M-109A6 자주포의 위력을 크게 높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이 개발한 M982 엑스칼리버 포탄. 세계일보 자료사진
엑스칼리버는 포탄에 붙어있는 날개를 움직여 목표물로 날아가며, 최대 고도로 상승한 뒤 천천히 활강하면서 내려와 목표를 타격하거나 적 전차 상부를 공격할 수 있다. 

50㎞ 밖에서 쏴도 표적에서 3m 이내 거리에 떨어진다. 비유도포탄은 25㎞ 거리에서 발사해도 오차가 150m에 달한다. 비유도포탄 10~50발을 쏴야 파괴할 수 있는 표적을 엑스칼리버는 1발이면 가능하다. 

미사일처럼 정밀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엑스칼리버가 일반 포탄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이유다.

하지만 일반 포탄 1발 가격이 800달러(약 114만원)인데 비해 엑스칼리버는 6만8000달러(약 1억원)에 달해 미국 이외의 국가로 빠르게 확산하지는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엑스칼리버의 장점이 한층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전쟁 발발 직후 미국은 M777 곡사포와 함께 155㎜ 포탄 90만여발과 엑스칼리버 3000발 등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포격을 앞두고 포탄을 정리하고 있다. AP통신
전쟁 초기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러시아군은 대대적인 포격으로 동부 돈바스에서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6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이 하루 5000∼6000발의 포탄을 쐈지만, 러시아군은 하루에 6만발의 포탄을 쏟아부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보낸 엑스칼리버로 전선과 인접한 러시아군 포병과 대공미사일 진지를 정밀타격했다.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하이마스)은 전선에서 다소 떨어진 내륙 지역의 러시아군 보급로와 탄약고, 지휘소 등을 공격했다.

엑스칼리버나 하이마스 로켓이 러시아군 포병과 탄약고 등을 타격하고, 전선에서의 일반 화력지원은 무유도포탄을 사용하는 ‘섞어쏘기’도 이뤄졌다.

이같은 방식의 타격은 러시아군의 화력을 크게 약화시켰고, 우크라이나군은 포병 지원을 받으며 반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엑스칼리버의 단점이었던 가격은 장점으로 재인식됐다. 러시아군 탄약고 등을 정밀 타격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은 하이마스는 로켓 1발 가격이 15만 달러(약 2억1000만원)에 달하지만, 엑스칼리버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감행하면서 귀를 막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반 포탄보다 비싼 무기로 인식됐던 엑스칼리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정밀도와 더불어 경제성도 갖춘 무기로 인식이 바뀌어버린 셈이다.

M777 외에 서방 측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독일산 PzH 2000 자주포 등에서도 쏠 수 있어 하이마스보다 플랫폼 유연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우리나라도 정밀유도포탄의 중요성에 주목, 2014년 장기소요에 포함했다.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정밀유도포탄에 쓰일 꼬리날개와 조종날개 관련 기술, 탄두 유도 제어 등의 선도형 핵심기술 개발이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정밀유도포탄의 핵심부품인 GPS에 전원을 공급하는 소형 고출력 열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열전지는 외부에 별도의 전원이 필요해 포탄에 탑재할 수 없었지만, 소형 고출력 열전지는 포탄의 발사 충격으로 작동하면서 크기가 작고 출력이 강해 정밀유도포탄 탑재가 가능하다.

군 당국은 ADD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2024~2036년까지 4400억원을 들여 정밀유도포탄을 확보할 방침이다.

정밀유도포탄이 실전배치되면, 수적으로 앞선 북한군 포병전력을 정확하게 제압해 한국군 포병이 질적 우위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방TV에 공개된 155㎜ 정밀유도포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관련 기술을 개발해 제작된 것이다. 국방TV 캡쳐
◆21세기식 해안포로 북한 도발 막는다

지난달 2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130㎜ 유도로켓-Ⅱ 체계개발기본계획안도 의결됐다.

130㎜ 유도로켓-Ⅱ 사업은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의 북한군 해안포 도발과 공기부양정에 의한 기습상륙시도에 맞설 130㎜ 유도로켓-Ⅱ를 2022~2033년까지 3800억원을 들여 국내 업체 주도로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130㎜ 유도로켓-Ⅱ는 기존에 운용중인 130㎜ 비룡 유도로켓을 기반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육군이 쓰던 구룡 다연장로켓에 유도기능을 추가한 개념인 비룡 유도로켓은 최대 20㎞ 떨어진 해상 표적을 고속정에서 자동으로 포착해 추적, 파괴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가 130㎜ ‘비룡’ 유도로켓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70㎜ 비궁 유도로켓 열영상기술과 해궁 함대공미사일 데이터링크 기술을 접목한 형태다. 고속정 레이더가 표적을 포착하면, 표적 정보가 로켓에 입력되어 발사된다. 데이터링크에 의해 유도가 이뤄지다가 표적에 근접하면 영상탐색기가 종말 유도를 진행, 표적을 공격한다.

130㎜ 유도로켓-Ⅱ는 이같은 특성을 지상에서 구현, 발전시키는 개념이다.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을 기반으로 이동형 차량발사체계를 제작한다. 

이를 통해 서북도서 등을 겨냥한 북한군 해안포를 무력화하고, 고속정이나 공기부양정으로 기습 침투를 시도하는 북한군을 격퇴하는데 쓰일 수 있다.

130㎜ 유도로켓-Ⅱ는 효용성을 잃어버린 해안포 기능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과거에는 동해와 서해안에 해안포를 설치, 북한군 기습 침투와 상륙 시도를 저지해왔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전술개념 변화로 사거리가 짧고 명중률이 낮은 해안포는 가치를 잃었다. 구형 해안포를 대체할 장비도 개발되지 않았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난 9월 21∼25일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관람객들이 비궁과 130㎜ 유도로켓 등을 살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산 하푼이나 국산 해성 대함미사일로 저지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고가의 무기를 작은 고속정이나 공기부양정에 쏘는 것은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130㎜ 유도로켓-Ⅱ는 하푼이나 해성 미사일보다 저렴하면서도 해안포보다 명중률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21세기형 해안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동성이 뛰어난 천무 발사차량을 이용, 신속한 전개와 이동이 가능해 북한군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도 해안포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서북도서를 겨냥하고 있는 북한군 해안포를 정밀타격, 화력 면에서 열세인 서북도서방어사령부 예하 해병대를 지원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이는 서북도서를 지키는 해병대가 북한군에 맞설 방패와 창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전력증강 효율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130㎜ 유도로켓-Ⅱ의 상상도. 천무 발사차량에 유도로켓을 얹은 형태다. 방위사업청 제공
다만 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유도로켓의 핵심 장비인 탐색기 개발 난도는 비룡보다 더 높다. 바다 위에 있는 고속정이나 공기부양정은 주변보다 온도 차가 뚜렷하므로 탐색기가 쉽게 포착할 수 있다. 반면 해안포는 나무와 바위 등이 뒤섞인 지상환경 속에 자리잡고 있고, 크기도 고속정보다 훨씬 작다. 

표적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 관성항법장치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방법도 있지만, 북한군이 포격 후 신속하게 이탈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로켓이 자체적으로 지상표적을 탐지하는 탐색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군 당국의 개발 전략이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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