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 취약성 드러난 제약·바이오 업계...ESG ‘A등급’도 온실가스 배출 늘었다
‘A등급’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 유일
온실가스 배출 지속 늘어…“다른항목으로 상쇄”
온실가스 배출량 환산 표기로 감축 ‘눈속임’ 지적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환경 부문에 취약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ESG 평가에 응한 제약·바이오기업 99곳 중 사실상 낙제 처분을 받은 기업은 7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게 환경 분야에서 A를 받아 체면치레했지만, 이들 기업도 해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안심하기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강화된 환경 규제에 맞물려 향후 해외 시장 개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장 제약·바이오 99곳 중 76곳 환경경영 ‘낙제’
4일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 97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ESG 평가 결과 대상에 포함된 제약·바이오기업 99곳 가운데 낙제점인 C(취약) 등급과 D(매우 취약) 등급을 받은 기업이 7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KCGS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역량을 조사하고 평가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사의 ESG 경영 수준과 향후 발생할 위험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투자의사 결정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취지로 설립했다.ESG 경영 탁월을 뜻하는 S를 시작으로,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까지 총 7개 단계로 나눠 기업들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ESG 항목 가운데 특히 환경 분야(E)에서 대체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S)와 지배구조(G)에서 낙제점인 C와 D를 받은 기업은 각각 59곳, 52곳으로 나타난 반면 환경 분야에서 같은 낙제점을 받은 기업이 76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 분야에서 최고 성적인 E와 A+를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없고 그 다음 단계인 A등급 받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두 곳에 불과했다. 그 다음 단계인 B+를 받은 기업은 SK바이오팜, 보령, 영진약품, 종근당, 종근당홀딩스 등 5곳이다.
16개 기업은 B를 받아 간신히 턱걸이로 낙제를 면했지만 11개 기업은 C등급을, 65개 기업은 D를 각각 받았다. KCGS에 따르면 C는 환경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 D등급을 받으면 실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
◇'A’ 받은 삼바·SK바사도 해마다 온실가스 증가
전문가들은 A등급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13만867tCO2e(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전년도인 2020년 12만4807tCO2e보다 4.85%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생산 시설인 L하우스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9년 1만2677tCO2eq에서 2020년 1만3415tCO2eq, 지난해 1만6276tCO2eq으로 매년 늘고 있다.
두 회사 역시 온실가스 배출로 지난해 사회적 가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로 919억원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 효과와 사회 효과 중 유일하게 환경 영향만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마찬가지다.
두 회사가 해마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고 있는데도 A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항목으로 점수를 만회했기 때문이다. KCGS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환경 분야 심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평가 항목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출·생산 늘면 온실가스 줄어드는 ‘꼼수’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는 기업들은 대게 실제 배출량을 밝히지 않는 사례가 많다. 대부분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배치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처럼 생산량과 매출을 기준으로 배출량을 나눈 방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런 경우 매출이나 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거나 적게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이 기준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마다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배치(생산량)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357tCO2e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3% 줄었다. 백만원단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 0.069tCO2eq에서 2020년(0.059tCO2eq), 지난해 0.018tCO2eq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한결같이 이런 기준을 적용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며 감축 노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실제 배출한 온실가스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인위적으로 유리하게 산출한 배출량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들의 ESG 경영에서 환경에 초점을 맞춘 항목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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