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우루과이→브라질' 한반도를 웃기고 울릴 3번째 16강이 온다[월드컵 초점]

허행운 기자 2022. 12. 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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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한국 축구 역사상 3번째 16강전이다. 안방에서 경험한 2002년, 첫 원정 16강을 일군 2010년에 이어 12년 만에 찾아온 축제의 무대. 그 상대는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브라질이다.

지난 3일 포르투갈전서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을 만든 한국 축구 대표팀.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전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2-1 역전승을 일궜다. 이 승리로 모든 경우의 수를 뚫고 조 2위에 오른 한국은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난다.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이지만, 기적은 언제 어떻게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역사상 3번째 토너먼트 진출을 맞아 태극전사들의 앞선 2번의 16강전을 돌아본다.

▶ "I'm still hungry(나는 아직 배고프다)" -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승리 후 기뻐하는 거스 히딩크(오른쪽) 감독. ⓒAFPBBNews = News1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태극전사들은 안방에서 2승 1무(승점 7점), 조 1위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과 함께 사상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국이 그 승리감에 도취돼있을 때, 히딩크 감독은 "I'm still hungry"라는 한마디로 여기서 그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믿음직한 수장을 중심으로 하나로 모인 선수들은 대전에서 또 일을 냈다.

'AGAIN 1966'이라는 카드 섹션과 함께 출발한 경기였다. 이탈리아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에 1-0으로 충격패를 당한 기억을 소환시키며 기적을 꿈꾼 붉은 악마들이었다. 하지만 경기 초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팔꿈치 가격에서 비롯된 김태영의 코뼈 골절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결국 전반 18분 비에리에게 통한의 선취 헤더골을 맞고 끌려갔던 한국이다. 이후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벗겨내려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대반전이 시작됐다. 크리스티안 파누치의 결정적인 실수로 박스 안 설기현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흘러나온 볼을 놓치지 않고 왼발로 마무리하며 정규시간 종료 2분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다.

그렇게 들어간 연장 승부, 거기서 온국민을 울린 골든골이 터졌다. 때는 연장후반 12분. 모든 선수들의 체력도 바닥난 상황, 3분만 더 지나면 시작될 승부차기를 다들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있는 힘을 쥐어짜냈다. 왼쪽 측면에서 이영표의 그림같은 크로스가 박스로 향했다. 그리고 전반전 PK 실축으로 마음이 무거웠을 안정환이 멋진 헤더로 이를 마무리하면서 이탈리아를 격침시켰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다운 진한 반지 키스를 지켜보며 모두가 함께 눈물 흘렸다. 그렇게 한국의 첫 16강은 명승부 끝 쾌승으로 마무리 됐다.

▶ '박지성-이영표의 라스트 댄스' -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전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 나선 박지성(오른쪽). ⓒAFPBBNews = News1

허정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B조 1승 1무 1패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라 우루과이를 만났다. 조별리그를 무실점, 1위로 뚫은 우루과이는 수비도 수비지만 에딘손 카바니-디에고 포를란-루이스 수아레스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창까지 보유한, 여러모로 쉽지 않은 팀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또 꼬이고 시작했던 한국이다. 전반 5분 박주영의 절묘한 프리킥이 골대를 맞추며 아쉬움을 삼킨 한국은 이어진 전반 8분 골키퍼 정성룡의 실수로 수아레스에게 선취골을 허용했다. 치명적인 미스로 내준 점수에 분위기는 더 떨어졌다.

그러나 한국은 박지성과 이영표, 차두리로 이어지는 마지막 남은 2002 세대와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등 새 얼굴들의 조화를 내세워 좋은 경기를 펼쳤다. 특히 박지성은 중원에서 탈압박, 공간 창출, 킬패스 등 홀로 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프리미어리거'의 품격을 보여줬다.

그 결과는 후반 23분 이청용의 동점 헤더골로 귀결된다. 프리킥 상황서 상대 클리어링 미스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했던 이청용. 그러나 동점의 기쁨은 후반 35분 터진 수아레스의 예술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골에서 끝나버렸다. 후반 42분 앞서 교체투입된 이동국이 박지성의 엄청난 패스를 받고 노마크 일대일 기회를 잡았지만, 다소 힘이 빠지는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게 향하면서 천재일우를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한국의 2번째 16강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국민들을 웃기도, 울리기도 했던 16강전이다. 이제 한국은 만나왔던 그 어떤 상대보다 더 어려울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야만 한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세계의 벽은 언제나 높았고 한국은 늘 도전자의 입장에 있었다. 상대가 누군지 가릴 계제가 아닌 것. 그저 다가온 축제의 순간에 모두가 마음을 하나로 모아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일만 남았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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