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그 후]범죄 당해도 말못하는 아이들…지켜보는 '눈'도 없다

김도균 기자 2022. 12. 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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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인 학생의 경우 범죄 피해를 입어도 진술이 어려워 CCTV(폐쇄회로TV) 증거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CCTV 설치는 자율에 맡겨져 교실 내 CCTV가 설치된 특수학교는 한 곳도 없다.

영유아와 같이 의사표현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애인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특수학교·학급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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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광주의 한 공립 ㄱ특수학교에서 2020년과 지난해 2년에 걸쳐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적장애 중증인 여학생 A양은 B군에 의해 학교 샤워실에서 수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지난해 6월 A양이 임신테스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부모가 발견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두 번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끝에 범행이 인정되면서 B군은 강제전학 조치됐다. 공론화 이후 1년여만인 지난 7월 검찰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 혐의로 B군을 재판에 넘겼다.

#광주의 한 사립 특수학교 사회복무요원인 C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피해자 D씨의 목을 수건으로 조르는 등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장애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또다른 사회복무요원 6명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인 학생의 경우 범죄 피해를 입어도 진술이 어려워 CCTV(폐쇄회로TV) 증거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CCTV 설치는 자율에 맡겨져 교실 내 CCTV가 설치된 특수학교는 한 곳도 없다. 특수학교 내 CCTV 설치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학교측은 인권침해라며 반대한다.

2일 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187개 특수학교 중 교실에 CCTV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사건이 발생한 광주 지역의 공립 특수학교는 ㄱ학교를 포함해 3곳인데 3곳 모두 교실뿐 아니라 건물 내부에 설치된 CCTV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행법상 특수학교 내 CCTV 설치는 일반 학교와 동일하게 자율에 맡겨진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학교에 CCTV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 학생 또는 그 사람의 보호자 등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공립학교의 경우 행정예고를 통해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반면 어린이집은 지난 2015년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면서 교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3만1083곳 중 3만884곳(99.4%)에 CCTV가 설치됐다.

= 18일 오후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 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에 고해상도(HD)급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19일부터 시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기존 어린이집은 CCTV를 설치할 기간으로 3개월을 유예받는다. 이에 따라 기존 어린이집은 12월 18일까지 CCTV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2015.9.18/뉴스1


특수학교 역시 어린이집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교육의 대상이 되는 지체장애인 학생의 경우 영유아와 마찬가지로 범죄에 연루됐을 때 진술의 신빙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진술 외에도 다른 증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6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이후 아동학대 증거 확보가 용이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ㄱ학교 성폭행 사건에서 역시 사건 현장 주변을 담은 CCTV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피해자인 A양은 중증 지적 장애인으로 비장애인 5~6세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자발적 진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혐의 입증이나 사실관계 검증에 중요한 CCTV 증거가 없어 수사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수교육 분야 전문가는 "영유아는 스스로 자기 표현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는 CCTV 설치 의무화가 됐는데 상당수의 특수학교 학생들 역시 이와 비슷한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어 의무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2016년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영유아와 같이 의사표현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애인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특수학교·학급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CCTV 설치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권 의원 발의안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를 보면 특수교육 종사자만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수 있어 교육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담겨있다. 또 초상권 등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 역시 우려했다. 이에 따라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는 "입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홍정숙 대구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CCTV를 강제로 설치하는 것보다 교사들이 문제 행동을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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