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서평생활] "우리는 언제 일이 잘 되는지 탐구하고 있습니다"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김시내·최수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이 책에 관심을 가질 만한 지점은 여러 곳이다. 하루에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삶을 고민하는 저자라서, 그러면서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본인이 퇴사를 고민하거나 아니면 창업·'프리워커'를 고민하고 있어서, 회사를 떠난 뒤 긴장감 풀린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막막해서, 꼭 퇴사가 아니더라도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을 참고하고 싶어서 등 다양하다.

'스몰브랜더'라는 마케팅 회사를 만든 김시내·최수현은 저서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앞부분에선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일부를 인용했다.

“누구도 하루 4시간 이상 일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세상에서는 과학적 호기심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호기심을 맘껏 탐닉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수준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배곯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젊은 작가들은 기념비적인 대작을 내는 데 필요한 경제력을 확보할 요량으로 감각적인 작품을 써서 주의를 끌어보려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실, 마침내 대작을 쓸 수 있을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이미 취향과 재능이 달아나고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저자인 김시내 스몰브랜더 대표가 진짜 하루 4시간만 일하기 위해 퇴사하고 '프리워커'로 살길 작정한 것은 아니다. “저에게 '4시간'은 상징적인 숫자예요.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삶인 거죠. 더 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제 의지대로 할 수 있고요! 불가능하다고요? 언젠간 가능하지 않을까요.(22쪽)”라는 말처럼 실은 '일'에 대한 통제권을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 책 저자인 김시내 스몰브랜더 공동대표 포트폴리오 일부

저자는 '4시간만 일하는 게 목표라고 하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책 '나는 4시간만 일한다'(팀 페리스 지음, 다른상상 펴냄) 등을 독자들에게 추천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프리워커로서 자신의 삶을 소개하면서 휴일을 자신의 맘대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장점을 말한다. 꼭 주말에 쉬어야 하는 직장인과 달리 주말에 일하고 월·화요일에 쉬어도 된다.

일하는 '시간'에 대한 통제권 못지않게 중요한 건 일을 '어디서' 할 수 있느냐다. 일하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여행지에서 일이 얼마나 잘 되는지 대표님들이 아시면 좋겠어요. 새로운 공간,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집중도 더 잘 되고 일을 하며 쉬는 삶이 좋아져요. 요즘은 '워케이션 work+vacation'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우리는 어떤 때 일이 잘 되는지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답니다. 부산에서 시작해 속초, 안동, 전주까지 이어진 인사이트 트립은 실패한 적이 없어요.(117~118쪽)

저자의 제안처럼 요즘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언론보도에 등장한다. “자유란, 내게 선택권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118쪽)”는 저자의 정의는 퇴사의 문턱이 낮아지고 '조용한 퇴사'를 선언한 이들이 많아진 현실에 주는 메시지다. 직장에서 구성원에게 선택권을 폭넓게 인정하면 그만큼 퇴사의 욕구는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자유롭게 일을 해보려 퇴사했지만 그럼에도 '나가면 더 춥다'. 저자 최수현 스몰브랜더 대표는 퇴사 후 첫 난관으로 자기착취의 괴로움에 대해 말한다.

“초반인 만큼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한다는 압박도 컸고,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며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제게 덥석 일을 준 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압박하기도 했고요.(105쪽)”

비슷한 맥락에서 김 대표는 오래 일하기 위해 20%의 여유를 남기고, 80%만 일하는 삶을 유지하려 한다.

직장을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창업한 사람들처럼, 홀로 자신의 하루를 꾸려가는 사람들에겐 저자들의 경험담과 몇몇 제안이 도움일 수 있다. 스몰브랜더의 '퇴사 유형 테스트(나 이대로 퇴사해도 될까?)'를 해볼 수 있도록 소개하고, 퇴사 후 일을 찾아볼 수 있는 몇몇 플랫폼을 소개했다.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인 '크몽', 생활서비스 위주로 전문가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 '숨고', 프리랜서 전문 매니징 플랫폼인 '원티드 긱스' 등이다.

▲ 퇴사 유형 테스트 첫 화면

늘어질 수 있는 업무 역량을 잡아줄 수 있는 콘텐츠도 추천한다. 뉴스레터로는 뉴닉, 트렌드어워드, 캐릿, 까탈로그, 생각구독, 스타트업 위클리, 그로우앤베터, 뉴워커, 스몰레터. 추천 플랫폼으로는 퍼블리, 롱블랙, 데일리트렌드, 아웃스탠딩 등이다. 뉴스레터 스몰레터는 저자들의 회사인 스몰브랜더에서 내놓은 뉴스레터로 일부 독자들은 스몰브랜더가 뉴스레터를 쓰는 콘텐츠 회사로 오해했다고 한다. 또한 적절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책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유보라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도 추천했다.

이력서가 아닌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팁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성과나 결과물을 중심으로 나열하는 이력서가 아닌 과정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장점과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책이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퇴사를 결정한 이들에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고, 책을 읽고 이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면 조용히 퇴사의 꿈을 접는 결정을 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 책 저자인 최수현 스몰브랜더 공동대표 포트폴리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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