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류준열 "권력 없는 평범한 사람에게도 인간의 권리 있다는 메시지 담은 작품" [인터뷰M]

김경희 2022. 12. 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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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빼미'에서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 '경수'를 통해 배우로서 또 한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류준열을 만났다. 극 중에서 '경수'는 뛰어난 침술 실력을 인정받은 맹인 침술사이지만 사실은 낮에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빛이 없는 어두운 상황에서는 사물이 보이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인물로, 우연히 '소현세지'의 죽음을 목격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금까지 연기로서 류준열이 보여준 캐릭터들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웃에 저런 인물이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들이었다. 아주 평범하고 눈에 두드러지게 띄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극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맹증이라는 특이한 질병을 앓고 있는, 눈을 뜨고 있지만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려운 신체적 특징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평소 자신은 게으른 편이어서 핸디캡이 있는 인물이거나 표현할 게 많은 인물은 지양하고 있는 편이라는 류준열은 "이 작품은 그 게으름을 버리고 열심히 애를 써 불편을 감수하고 연기를 해도 재미있게 나올 것 같았다. 제가 늘 해오던 공정과 다른 작업을 해야 하는 게 피곤하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다. 늘 가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어색했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작업해야 했다."라며 작품에 대한 매력 때문에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결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류준열이 생각한 '경수'의 핸디캡은 오히려 '상징성'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민들이 궁에 들어가 절대 권력을 가진 왕족의 일에 끼어들고, 결정적인 걸 목격하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지금 사회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갖고 있지 않고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표현하는 장치로 '주맹증'이라는 핸디캡이 사용된 거라 생각했다. 이 인물이 절대권력자의 일에 끼어들었을 때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지, 그걸 통해 얻는 게 뭘지를 생각하면 '경수'는 깊이가 있는 인물 같았다."라며 '경수'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경수'는 나름의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초반 정육점 상황처럼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인물, 사회 안에서 어떻게 사는 게 좋겠다는 자신 나름의 선을 긋고 한계를 정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경수'다. 그런데 이 인물이 뭔가를 목격했다. 그런데 '경수'가 뭔가를 봤다는 건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봤다'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건 인간의 마지막 권리의 표현 같았다.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생각했다."라며 인물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는지를 밝혔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수많은 배우들의 맹인 연기를 봐 왔지만 이번에 류준열이 연기한 맹인 연기는 좀 달라야 했다. 아예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초점이 흐릿하게 있다가도 주변의 불빛이 사라지면 순간적으로 눈빛이 돌아오는 표현은 영화 속 여러 번의 반전의 순간 중 가장 처음으로 목격하게 되는 반전이었다. 류준열은 "실제 주맹증을 앓으신 분과의 미팅을 통해 인터뷰를 했었는데 제가 게으르다 보니 심층 인터뷰까지는 못했다. 대신 중요한 몇 가지만 가져오려고 했고, 고증보다는 인물의 심리나 심정, 마음을 더 잘 표현하려고 했다. 관객분들도 저의 주맹증 증상 연기가 진짜냐 가짜냐에 집중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영화적 설정이라는 걸 알고 보실 거기에 중요한 표현만 실제에서 몇 개 가져오기만 했다."라며 현실적인 주맹증 증상 표현과 연기적 표현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려고 노력했는지를 이야기 헀다.

그러며 "어릴 때 친지분 중에 맹인이 계셨다. 명절같이 온 친지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 가야 한 번씩 보는 분이셨는데 어린 마음에 그분의 눈빛이 약간 꿈꾸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눈빛, 일상이 굉장히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느낌의 눈빛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수'를 연기할 때도 부푼 꿈을 품고 동생을 위해 반드시 궁에서 살아남겠다는 꿈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어릴 적 기억을 세밀하게 더듬어 연기에 참고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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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웃으며 "제가 게으른데 이렇게 어려운 캐릭터를 하려니까 스트레스가 많았다. 눈으로 표현해야 되는데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늘 하던 것과 다른 표현이어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순간도 많았다. 이런 게 있었고 이런 길이 있었다는 배우고 깨달음의 즐거움도 많았던 작품이다."라며 여러웠던 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연기의 소회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몇몇 장면의 비하인드도 이야기했다. 류준열은 "관객 입장에서 '소현세자'가 죽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질 것이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촬영, 조명, 미술 등도 세밀하게 신경을 썼고 배우들도 얼마나 놀라야 할지 감정적 레벨을 다양하게 조절하며 많은 테이크를 찍었다. 이렇게도 놀라고 저렇게도 놀라며, 감정이 얼마나 쌓인 상태일지를 끊임없이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촬영했다. 촬영 감독님이나 미술 감독님이 저와 많은 작품을 했던 분이셨다. '침묵'때 처음 만나서 '독전' '뺑반' '외계인'까지 함께 했던 분들이라 서로 잘 알고 소통이 잘 돼서 이 장면 찍을 때 서로 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라며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의 촬영 비하인드도 밝혔다.

또한 어의도 감탄할 만한 침술사를 연기하기 위해 침술 연습도 많이 했다고 하며 "촬영 현장에 한의사분이 계속 오셔서 지도도 해주셨고 실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침 놓는 것도 직접 하기도 하셨다. 실제로 한의사분들이 대학교 때 두루마리 휴지는 눕혀서 거기에 침 놓는 연습을 하신하고 하시더라. 사람 피부와 침 들어가는 느낌이 비슷하다고 하셔서 빽빽하게 몇 천 개 이상 침 놓는 연습을 하다 보니 좀 자연스럽게 침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에 침 맞으러 한의원에 갔는데 저보고 침 놓는 자세가 훌륭하다고 다음부터는 알아서 놓으라고 하시더라."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류준열은 "감독님께 이야기 들었던 이 영화의 초고는 밤에 뒤에서 침을 놓고 상대를 제압하는 무협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어찌 보면 침으로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의 이야기 같았었는데 팩트에 기반하다 보니 점점 그런 부분은 삭제되고 지금의 이야기로 정리되었다고 한다."라며 극 중에서 '경수'가 '인조'와 함께 있을 때 발휘하는 침술과 얽힌 비하인드도 밝혔다.

맹인 연기부터 침술사 연기까지 다른 작품에 비해 준비할 게 많았던 연기였다. 류준열은 "매일 감독님과 3시간씩 통화를 하며 캐릭터를 준비했고, 열심히 준비하도고 한 번 더 보자는 마인드로 연기했고 그게 좀 티가 나기를 바랐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영화는 마냥 즐기고 나와도 좋지만,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고도 하지 않나. 약자를 반영하는 이야기로봐주시면 더 좋겠다."라며 영화 관람을 독려했다.

사극과 스릴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팩션 영화로 관객들의 입소문 호평을 이끌어내며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및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올빼미'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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