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질은 야구 경력의 끝? 시대가 바뀐다, 이승엽-롯데가 증명한 것

김태우 기자 2022. 12.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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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두산 감독(오른쪽)과 김한수 수석코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야구계에 수많은 인사가 있지만, 프로야구 감독직은 딱 10자리뿐이다. 감독이 된다는 건 말 그대로 이 생태계의 최고 위치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독이 든 성배이기도 하다. 최고의 영예지만, 자칫 잘못하면 야구 경력의 끝으로 갈 수도 있다.

아무리 잘하는 감독도 3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고, KBO리그에서 롱런한다는 감독들이라고 해봐야 한 팀에서 7년 이상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는 건 대부분 성적이 좋지 않아서고, 팬들로부터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독직에서 경질되면 그대로 현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KBO리그의 이런 풍토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감독직에서 물러난 인사가 꼭 감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늘어나서다. 감독까지 오르는 인사는 거의 대부분 그전에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들이다. 그런 경험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SSG는 롯데 감독직을 역임했던 이종운 조원우 전 감독을 영입한 사례가 있다. 이 감독은 퓨처스팀(2군) 감독직을 맡았고, 조 감독은 현재 SSG의 벤치코치로 김원형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김 감독은 투수 출신이다. 스스로도 야수 쪽을 바라보는 세밀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야수 쪽 경험이 풍부한 조 코치에게 많은 것을 믿고 맡긴다. 그런 분업화는 SSG의 성공적인 도약으로 이어졌고, 올해 통합우승으로 효과를 증명했다.

두산은 감독은 물론 코치 경력조차 전무한 이승엽 감독을 파격 영입하면서 김한수 전 삼성 감독에게 수석코치 자리를 맡겼다. 이 감독과 김 코치는 현역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이 감독은 스스로가 지도 경력을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5살 많은 김 코치를 수석코치로 모셨다.

메이저리그야 그런 사례들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나이 어린 감독, 나이 많은 수석’ 구도를 다소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이 있다. 수석코치는 차기 감독 내부 승격 순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 감독은 개의치 않았고, 김 코치도 이 감독의 손을 잡았다. 야구계에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아주 좋은 조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롯데도 허삼영 전 삼성 감독을 최근 전력분석 코디네이터로 영입했다. 허 코디네이터의 전문 분야다. 허 코디네이터는 해당 분야의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 감독까지 지냈다. 롯데는 구단 차원에서 영입에 공을 들였고, 결국 허 코디네이터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키움 감독을 역임했던 손혁 현 한화 단장도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화의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새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단장직에 올랐다. SK 단장직을 역임했던 손차훈 코디네이터를 올해 영입한 것도 새롭다. 감독과 마찬가지로 단장 또한 한 번 자리를 비우면 야구계로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보직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이전 경력보다는 능력을 우선적으로 봤고, 이들은 지금껏 쌓은 경험을 한화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을 역임했던 인사가 벤치코치나 혹은 일반 코치로 가는 경우가 흔하다. 누구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누구도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 문화다. 최근에는 거물급 감독이었던 돈 매팅리 전 LA 다저스‧마이애미 감독이 토론토 벤치코치로 취임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어린 시절 매팅리 감독의 팬이었다고 고백하면서 매팅리 코치가 가져다 줄 경험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번 감독이 평생 감독일 필요는 없다. 능력 있는 코칭스태프가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이 시점, KBO리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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