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마음” 이 표현, 유래는 일본 드라마 ‘말아톤’?
韓 “초원이 다리는?” “100만불짜리 다리”
日 “꺾이지 않는 마음은?” “지지 않는 마음”
3일(현지 시각)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한 뒤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환호했다. 선수들 손에 들린 태극기 아래쪽에는 이런 문장이 적혔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가나전 패배 이후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 통계업체는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9%로 점쳤다. 이런 상황에서 피파랭킹 9위 포르투갈을 상대로 역전승을 일궈내고, 16강 진출까지 극적으로 성공하자 이 문장이 주는 울림은 배가 됐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지난 10월 ‘롤드컵’으로 불리는 ‘월즈(Worlds·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다. 롤드컵에 참가한 프로게이머 데프트(26·김혁규)가 한 말에서 비롯됐다.
데프트가 이끄는 팀 ‘DRX’은 약체로 분류됐는데, 16강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유럽의 강팀 ‘로그’와 대결에서 패배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경기를 마치고 난 뒤 데프트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가 저희 플레이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 또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는 데프트와 나눈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 말을 조금 바꿔서 제목을 달았다.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인터뷰 뒤 ‘약팀’ DRX는 기적적으로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고, 기자가 유튜브 제목으로 달았던 이 표현은 널리 퍼졌다.
이 문구는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세레머니 때 등장하며 재조명됐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널리 공유됐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우리 세대에는 ‘불굴의 의지’가 익숙한데, 우리말로 풀어낸 ‘꺾이지 않는 마음’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고 했다. 표현을 유행시킨 문 기자는 “아무것도 아닌 단어에 숨결을 불어 넣고, 멋지게 완성해 주신 DRX 선수단과 데프트 선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표현은 2007년 일본 TBS 드라마 ‘마라톤(マラソン)’에 나온 적이 있다. 2005년 개봉한 한국 영화 ‘말아톤’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인 영화 엔딩 부분에서, 마라톤 경기 출발선에 선 윤초원(조승우)은 엄마(김미숙)와 이런 대화를 한다. “초원이 다리는?” “100만불짜리 다리.” 이 답을 들은 윤초원은 입꼬리를 올려 씩 웃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리메이크작에서는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대사를 썼다. 일본 드라마 ‘마라톤’에서 초원 역을 맡은 쇼타로는 ‘쇼타로 다리는?’이라고 묻는 대신, “꺾이지 않는 마음은?(折れない心は?)”이라고 묻고, “지지 않는 마음(負けない気持ち)”이라고 엄마는 대답한다. 리메이크 드라마에서 이런 표현을 만들어낸 일본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한국과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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