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호날두가 다시 ‘우리 형’으로 돌아오다 [카타르 리포트]

남장현 기자 2022. 12. 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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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었다.

2019년 7월, 포르투갈 국가대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적)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클럽 유벤투스의 일원으로 '팀 K리그'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포르투갈의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3차전). 상황은 여러 모로 불리했다.

경기 후에는 각종 축구 게시판에 호날두의 사진을 합성한 한국대표팀 단체사진과 가상의 주민등록증 등이 등장해 예전의 '형'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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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년 전이었다. 2019년 7월, 포르투갈 국가대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적)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클럽 유벤투스의 일원으로 ‘팀 K리그’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는 당일 전세기 편으로 뒤늦게 입국한 유벤투스의 일방적 사정으로 인해 예정보다 1시간 늦게 킥오프된 데다 정작 호날두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전은커녕 아예 워밍업조차 하지 않았고, 벤치에 앉아서 엷은 미소만 짓고 있던 그는 야유가 쏟아지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때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 못지않게 국내에서 ‘우리 형’으로 불리 우며 가장 큰 사랑을 받던 호날두가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한 배경이다. 이후 어떠한 플레이를 하든, 또 어떤 기록을 세우든 적어도 국내에선 조롱거리였다. 그렇게 ‘날강두’로 전락한 그가 다시 ‘우리 형’으로 돌아왔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포르투갈의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3차전). 상황은 여러 모로 불리했다. 한국은 우선 포르투갈을 잡은 뒤 같은 시간 진행된 같은 조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2골 이내의 점수차로 가나를 이겨야만 목표한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상 어려운 시나리오였다.

손흥민(왼쪽),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2시간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할 일을 했다. 히카르두 호르타(브라가)에게 전반 4분 만에 선제 실점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 가담한 중앙수비수 김영권(울산 현대)이 동점골을 터트린 뒤 후반 추가시간에는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도움을 받은 황희찬(울버햄턴)이 역전골을 터트려 2-1로 이겼다.

다만 곧장 환호할 순 없었다. 한국 경기는 추가시간 6분이 주어진 반면, 우루과이-가나의 경기는 무려 10분이 주어진 탓이다. 2-0으로 앞서던 우루과이가 추가골을 넣지 못해야만 한국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악몽은 없었다. 한국, 우루과이는 1승1무1패, 승점 4로 골득실(0)마저 같은 동률을 이뤘으나 다 득점에서 한국(4골)이 우루과이(2골)를 눌렀다.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수 분여가 흐르고 센터서클에 모여 초조하게 경기 중계를 지켜보던 태극전사들은 4만여 관중 앞에서 뒤늦은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호날두도 한국의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어시스터에 헤더 클리어까지 한국을 위해 모든 것을 했다. 이강인(마요르카)이 코너킥으로 띄운 볼이 마침 호날두의 몸을 맞고 뒤로 흘렀고, 이를 김영권이 동점골을 만들었다. 전반 40분경에는 동료 비티냐(파리생제르맹)의 슛을 골키퍼 김승규(알샤밥)이 쳐낸 것이 호날두 앞으로 떨어졌으나 그의 노마크 헤더는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물론 한국 팬들의 감정은 여전히 좋진 않았다. 현장에선 호날두가 볼을 잡을 때마다, 또 여기저기 움직일 때마다 그의 라이벌 ‘메시’를 연호했다. 경기 후에는 각종 축구 게시판에 호날두의 사진을 합성한 한국대표팀 단체사진과 가상의 주민등록증 등이 등장해 예전의 ‘형’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호날두는 적어도 이날만큼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회 후 한국에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을 도운 일등공신이었고, 사랑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한국은 6일 오전 4시, 도하의 스타디움974에서 조별리그(G조)를 1위로 통과한 ‘세계 최강’ 브라질과 대회 8강 진출을 다툰다. 만약 이 경기에서도 기적적으로 이기고, 같은 날 일본이 크로아티아를 꺾는다면 4강 티켓을 놓고 한·일전이 열릴 수 있다.

알라이얀(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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